
작년 11월 한국에 온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혀는 멀쩡했고 국회 연설도 근사했다. 경제정책 또한 파격적이고 훌륭했다. 온갖 규제 철폐부터 단행해 작년 한 해 1천여 건의 규제를 철폐 또는 효력정지, 시행연기로 완화했고 법인세를 35%→21%로 대폭 인하했다. 그러자 기업이 돈을 풀어 투자를 늘리고 그에 따라 고용도 증가해 작년 11월 25만2천명, 12월 14만8천명이 늘었다. 기업의 활기와 트럼프의 '미국(인) 제일주의'가 상승작용을 한 결과다. 주식시장도 호황, 뉴욕 주식시장에서 대기업의 다우공업지수가 2016년 11월 대선 전후 1만8천 달러에서 지난 4일엔 사상 최고인 2만5천 달러대로 솟구쳤다. 갤럽조사에서 지난 연말 '존경하는 인물'을 묻자 오바마가 10년 연속 1위, 트럼프가 2위로 도약했다.
그런데 그의 가볍고 요상한 혀가 문제다. 김정은 건만 해도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인 듯하다'고 지난 11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말했고 김정은의 한·미 이간질에 대해선 '나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를 만나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는 건 작년 5월 웜 비어 석방 협상 중의 아첨발언이었고. 그런 그가 최악의 설화(舌禍)를 불렀다. 11일 백악관 연방 상·하원 의원 회합에서 "왜 아이티, 엘살바도르와 아프리카 똥통(shithole) 국가들에서 온 사람들까지 우리가 받아줘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damned(저주받은, 벼락 맞을)' 'shit(대변보다)' 등 상스러운 말을 남발했고 이번에도 미국 언론은 shithole이라는 추한 비속어를 어떻게 전할지 난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옥외변소', 요미우리는 '쿠소타레(대변봄)'의 구어체 '쿠솟타레'라고 했지만 중국 CCTV는 '오물 국가(라지 궈지아)'로 전했다.
그 '똥통 국가'들에선 격렬한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그런데 지난 5일 발매, 공전(空前)의 베스트셀러가 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의 저자인 마이클 울프는 그 책에서 '백악관 측근이던 배넌이 트럼프를 멍청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즉각 트위터에 반박했다. '나는 똑똑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안정적인 천재'라고. 그렇다고 쳐도 그의 가벼운 설근(舌根) 억제력만은 갖춰야 하련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