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부 먼지 막아준 북극 한파
차츰 물러나며 더 심해질 전망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
"정부 대책 中 향해야" 목소리

인천을 꽁꽁 얼어붙게 한 동장군이 물러가니 하늘을 시뿌옇게 흐리는 미세먼지의 공습이 다시 시작됐다. 기상 특성상 최근 겨울철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발(發)'이라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국내적 요인' 줄이기에 머물러 있다.

14일 인천지역 미세먼지(PM10) 농도는 한때 107㎍/㎥까지 치솟아 환경부 기준 '나쁨'(81~150㎍/㎥) 수준에 도달했다. 이날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72㎍/㎥을 기록해 육안으로도 하루 종일 하늘이 뿌옇게 보였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마찬가지로 평균 54㎍/㎥으로 초미세먼지의 '나쁨'(51~100㎍/㎥) 기준치를 웃돌았다.

인천지역 미세먼지는 최근 불어닥친 한파가 차츰 물러나면서 점점 심해질 전망이다. 최저기온이 영하 14.4℃로 추위가 절정이던 지난 12일 인천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8㎍/㎥로 이달 들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최저기온 영하 6.7℃로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13일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6㎍/㎥로 오르더니, 전날보다 기온이 더 오른 14일에는 급기야 미세먼지가 인천 하늘을 뒤덮었다.

기온이 떨어지면 난방 수요와 함께 전력 생산량이 늘어나고 차량 이용률도 높아져 공기질이 더욱 나빠져야 하는 게 시민들의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추워질수록 대기상태가 좋았다.

최근 한반도에 찾아온 이른바 '북극 한파'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아줬기 때문이다. 북극한파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고온 현상이 계속돼 차가운 공기가 북극에 머물지 못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으로 밀려 내려오는 현상이다.

미국의 기록적 한파도 북극의 영향이다. 한반도의 경우, 북쪽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찬 북풍이 예년처럼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온 중국 동북부의 미세먼지를 쓸어내렸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15일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올해 처음으로 발령돼 수도권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미세먼지의 국내 배출량 30%를 2022년까지 줄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9월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일환이다. 올해부터 수도권 사업장 총량제 대상물질에 '먼지'를 추가하는 등 국내적으로 미세먼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은 '한·중 공동연구' 같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때도 미세먼지 관련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국내 산업계를 중심으로 정부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민간 부담이 2022년까지 1조원에 달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 미세먼지 대책이 진짜 주범인 중국을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