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저감조치의 '저감(低減)'은 낮추고 줄인다는 뜻이다. 어제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보하자 서울시가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처음으로 발령, 출퇴근(첫차~오전 9시, 오후 6~9시) 시간 서울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운행했고 차량 2부제도 단행했다. 과감한 조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초미세(超微細) 먼지'라는 말도 '극미세(極微細) 먼지'가 합당한 말이다. 어쨌거나 인체에 미치는 미세먼지 폐해는 심각하다. 핵폭탄 폭발 때의 핵전자기파(EMP)나 생화학무기 등만 무서운 건 아니다. 미세먼지가 폐포(肺胞)를 뚫고 혈액에 침투하면 폐질환이나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기형아 출산 위험성도 높다는 거다. 또한 뇌 장벽도 뚫어 뇌졸중이나 치매까지 촉발한다는 게 작년 3월 세계보건기구의 경고였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의 대기에 떠다니는 미세먼지(PM2.5) 속 박테리아(세균)의 80% 이상이 겹치고 같다는 연구 결과를 작년 8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팀이 발표해 새삼 주목을 끌었다. 중국에선 미세먼지를 '사진(沙塵:사천)', 그 먼지바람을 '沙塵暴(사천푸)'라 하지만 80% 이상의 미세먼지 세균이 중국산이라는 거다.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큰 산봉우리(大國)'라며 우러렀지만 그 정상회담에서 '큰 산봉우리'보다는 '미세먼지 좀 한반도로 날려 보내지 말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보상하라'까지는 몰라도…. 캐나다가 미국 북부 워싱턴 주 주민에게 아황산가스 피해 배상을 한 건 일찍이 1930년대였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서 넘어오는 연무(煙霧:haze)로 갈등이 잦고 유럽과 북미 34개국이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건 1979년이었다.
중국 환경보호성이 '베이징을 비롯한 톈진(天津) 탕산(唐山) 스쟈좡(石家庄) 등 북부 28개 도시 대기오염의 개선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건 지난 10일이었다. 28개 도시의 작년 4/4분기 환경개선 목표를 상회, PM2.5 평균 농도가 1㎥당 71마이크로그램으로 전년 동기보다 34.3%나 감소했다는 거다. 반가운 뉴스지만 천지닝(陳吉寧) 베이징시장도 들었을까. 어제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을….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