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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체부장관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한이 한반도 기를 들고 입장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거세다. 거두절미, 한반도 기는 국기가 아니고 될 수도 없다. 그건 한반도 땅 둘레만 그린 그림일 뿐이다. 그런 깃발을 휘두르며 입장하는 건 개도 쥐도 웃을 일이다. 만약 중국과 대만이 한 나라라며 두 나라 모두 오성기(五星旗)와 청천백일기가 아닌 땅덩이 그림 깃발을 들고 올림픽에 입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EU(유럽연합) 27개국 역시 각각 모국 국기가 아닌 브뤼셀 EU본부에 나부끼는 그 푸른 깃발(원형 별)을 들고 입장할 수 있다는 거 아닌가. 북미 중미 남미 국가들도 '아메리카 기'를 만들어 들 수 있겠고. 아세안 10개국도 마찬가지다.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한반도 기를 들었다지만 2018년 2월은 딴판이고 대북 제재에 정면배치다.

남북한은 동족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異國)다. 6·25를 내란이라고 말하는 종북 좌파 세상이 됐지만 내란이란 한 나라 국내 전쟁이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쟁은 내란이 아닌 국가 간 전쟁이었다. 한반도 깃발의 '한반도'라는 말도 일제가 조선 땅 강점과 함께 부른 비칭(卑稱)이었다. 자기네 땅은 온전한 섬인 '혼토(本島)'라고 부른 대신 우리 땅은 중국대륙으로부터 비어져 나온 반쪽짜리 섬이라고 해서 '조센항토(朝鮮半島)'로 불렀고 조선인도 '항토진(半島人)'이라고 했다. 그런 조선반도를 '캉한토(韓半島)'로 부른 것도 일본인들이었다. peninsular(반도)도 펜(pen)처럼 육지에서 튀어나온 섬(insular)이라는 뜻이다. 그런 '한반도'라는 말이 대한민국 헌법 제3조(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에 올라 있으니 '오호(嗚呼)라' 할 판이다.

'한반도'라는 굳어진 용어야 이제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다음달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반도 기를 들고 마구 휘젓는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망발이자 망거(妄擧)가 아닐 수 없다. 올림픽 때 제 나라 국기조차 들지 못한다는 건 트럼프가 지칭한 '똥통 나라'들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게다. 대한민국은 태극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공기를 드는 게 정상이고 타당하고도 지당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