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경기도 전역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16일 오후 미세먼지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긴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경기장 눈썰매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엇박자' 발령기준에 혼란
제도분석·보완 시간 필요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발령기준 등으로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전날 차량 2부제 등 미세먼지로부터 국민들의 건강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에 한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지만 일선은 혼잡(1월 16일자 3면 보도)해지고 경인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도 오히려 전날보다 짙어졌기 때문이다.

16일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역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다. 인천은 강화·옹진·영종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다. 경기와 인천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218㎍/㎥, 170㎍/㎥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모두 '매우나쁨'(일평균 101㎍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지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발령되지 않았다. 오염도 측정시간인 오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평균 오염도가 경기 47㎍/㎥·인천 37㎍/㎥·서울 38㎍/㎥로 '수도권 3개 지역 모두 PM2.5 평균농도가 나쁨(50㎍/㎥ 초과)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이의동에 거주하는 이모(33·여)씨는 "대중교통 무료다 뭐다 난리를 피워놓고도 공기가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야외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시설운영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야외스케이트장을 운영하는 성남시청은 이날 오전 8시께 스케이트장과 눈썰매장 폐쇄를 결정, 시민들에게 통보했다.

시청광장에서 썰매장을 운영 중인 용인시는 사전고지가 이뤄지지 않아 폐쇄는 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이날 입장객은 모두 600여명으로 평일 평균 입장객인 2천500여명과 비교해 1/4가량 줄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이날 오후 5시께 환경부와 경기도·인천시·서울시는 1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 전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 기준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서울 85㎍/㎥, 인천·경기 102㎍/㎥로 모두 '나쁨'(51∼100㎍/㎥) 수준이고, 오후 5시 기준 17일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도 '나쁨'을 유지하면서 발령요건을 충족한 것에 따른 조치다.

도 관계자는 "잇단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17일 조치는 현재 매뉴얼대로 시행한 후 추후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