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농협홍보팀장 (2)이수원
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
작년부터 시작된 최저임금 인상 관련 논의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지만 시행이 본격화된 올해는 논란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농민은 물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그들의 한숨 섞인 사정을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기에는 충격과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사회의 적절한 임금 결정은 입장이 첨예한 두 당사자(사업주와 근로자)가 만나 각자의 논리를 이해시켜야 하기에 좀처럼 합의가 쉽지 않으며, 어렵게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양측 모두에 온전히 수용되기는 힘들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도출된 결과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사회적 합의를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를 무조건 회피하거나 변칙 운용하려는 시도는 더 큰 부작용으로 번질 우려가 있기에,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농번기 때만 되면 인력 부족과 인건비 부담으로 신음하는 농업인들을 볼 때마다 농협 직원의 입장에서 항상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농업분야 5인 미만 사업체 및 외국인 고용농가를 대상으로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한다는 보완책이 마련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협은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 농협'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농가소득 5천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핵심과제 중 하나가 인력 지원을 통한 농가경영비 절감이다. 실제로 전국 1천200여명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작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농가소득 향상 걸림돌이 '불안정한 농산물가격'과 '복잡한 유통구조'에 이어 '인건비·영농자재 가격상승'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농협이 전국적으로 봉사단을 운영하고, 농촌인력중개센터 설치와 사회봉사명령자들이 참여하는 인력지원 사업 등 농가부담덜기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항상 더 큰 도움이 못돼 죄송할 따름이다.

제주도는 지금 동백꽃과 한라산 설경 감상을 위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 추위가 지나고 나면 농촌에도 푸른 빛이 돌기 시작할 것이다. 누군가는 순백의 겨울을 만끽하며 설렘으로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혹한 속 얼어붙은 논·밭을 보며 걱정과 우려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이수원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