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노린 끔찍한 범죄"
여성단체 부평역 피켓시위
밤되면 취객많은 취약지역
안심사회만들기 관심 촉구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는 세상! 정상인가요?"
18일 오후 2시 부평역 앞에서 여성들이 피켓을 들었다. 부평역 인근 편의점 건물 화장실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20대 여성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사건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진 끔찍한 범행에 분노했다.
"불안과 공포의 장소가 아닌 안전한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는 촉구도 있었다. 이날 피켓 시위를 주도한 박명숙 인천여성연대 회장은 "많은 사람이 지나는 곳에서 한 여성이 무참히 폭행당했다. 이제 더 이상 여성에게 안전한 곳은 없다"며 "시민 모두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평역 인근은 테마의 거리 등 주요 상권이 있어 인천 대표 번화가로 뽑히는 지역이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무차별 폭행당하는 등 범죄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부평역 인근에서 만난 여성들은 "화장실 가는 일이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원(33) 씨는 "부평은 인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인데, 이런 곳에서 끔찍한 일어 벌어져 더 무섭다"며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돈을 내고서라도 가게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부평역 앞 분수대 인근 화장실은 밤만 되면 술 취한 사람들이 많아서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남자 화장실 통로가 여자 화장실 앞을 지나는 곳이 많아 혼자 있을 때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찾은 부평역 지하상가. 지하철역 개찰구 앞 여자화장실은 출입문이 가림막 없이 개방된 상태였다. 게다가 출입구의 위치가 남자화장실과 마주 보고 있어 화장실을 드나드는 남성들이 여자화장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하상가 19번 출구 인근에 있는 여자화장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곳은 남성들이 화장실로 가기 위해서는 여자화장실 입구를 지나쳐야 하는 구조로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구는 완전히 개방돼 있었다. 위급 상황 시 버튼만 누르면 경찰에 즉시 신고가 가능한 안심벨도 없었다.
경찰은 지난 14일 사건 발생 이후 여성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부평역 주변 지역의 야간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5일째인 18일 오후 9시 현재까지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