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기관 위상 걸맞게
'국가안보정보원'이라 하든가
'국가' 붙이는게 부담스러우면
그냥 '안보정보원' 칭하는게 타당
형식이 실질 지배할 수도 있어
특성 맞게 논의 신중한 접근 필요


'채성준-건국대 교수'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교수
과거적폐 청산 및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정부와 여당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 조정과 예산 편성 및 집행 제도 개선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개혁 의지를 분명히 하고자 차제에 명칭까지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정보기관의 명칭은 영국은 SIS(비밀정보부, 일명 MI-6), 중국은 MSS(국가안전부), 러시아는 SVR(해외정보국), 이스라엘은 MOSSAD(정보 및 특수임무연구소, ha Mossad le Modiin ule Tafkidim Meyuhadim), 미국은 CIA(중앙정보국) 등으로 통일된 것은 없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효시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냉전체제 하에서 미국 정보기관인 CIA와의 협조채널 필요성에 따라 국방부장관 직속으로 창설한 중앙정보부(위장 명칭, 79호실)이다. 4·19 직후 제2공화국에서는 총리 직속 중앙정보위원회로 설립·운영하다가, 5·16 군사쿠데타 이후인 1961년 실질적 국가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가 창설되었다. 1979년 10·26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 변경에 이어, 19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NIS)으로 다시 명칭을 변경하였다. 이처럼 국정원이 국가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로 탄생한 이래 두 번에 걸친 명칭 변경과 일부 기능조정 및 조직개편은 있었지만 우리 헌정사에서 몇 차례의 정부 또는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기관으로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이다.

정보기관은 대체로 국정원과 같은 국가정보기관과 국방부정보본부, 국군기무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경찰청 정보국 및 외사보안국 등과 같은 부문정보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국가정보원'이라는 명칭이 국가정보기관의 위상과 역할에 부합하다는 점에서 굳이 이를 변경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21세기 신안보 환경에 부합하는 선진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에서 명칭변경도 검토해 볼만하다.

다만 천정배의원안이 제시한 통일해외정보원의 경우 '통일'이 민족의 숙원이고 지상과제이긴 하지만 '통일부'가 이미 있는 상태에서 비밀정보기관이 '통일'을 앞세울 경우 흡수통일 공작의 전위대로 비쳐져 북한이나 주변 4강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소지가 있다. 진선미의원안인 해외안보정보원의 경우 '안보정보원'은 큰 문제가 없으나 '해외'를 앞세운 것은 냉전종식 이후 글로벌시대를 맞아 정보활동의 영역에 있어 국내외 구분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해외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해외'를 지나치게 앞세울 경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대규모 스파이활동을 전개하겠다고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정원의 자체안인 대외안보정보원은 그동안 국내정보활동의 잘못된 유산을 청산하고 대외적인 안보 수호와 관련된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가상적국(우방국 포함)에 우리의 정보활동 기도를 은닉하는 형태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역시 냉전체제 종식 이후 글로벌 시대를 맞아 정보활동의 영역에 있어 국내외 구분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국내와 연계된 안보위협 대응활동이 배제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국가정보기관의 위상에 걸맞게 '국가안보정보원'이라고 하든가 '국가'를 붙이는 게 부담스러우면 그냥 '안보정보원'이라고 칭하는 것이 타당하다. 형식이 실질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보기관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갖고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