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지출 비율 많고 보편적 복지 점입가경
잠재성장률 낮아 재정지출 속도 조절 필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유럽인들의 추앙을 받던 존 스튜어트 밀은 빈곤과 불평등의 축소를 사회발전의 요체로 지적하고 이를 위해 '개인들의 양식과 배려가 결합된 사회'의 실현을 요구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지란 시혜(施惠)가 아니라 인권"이라 강조했다. 헌법 제34조 2항에도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위 '문재인케어'를 발표했다. 환자의 부담이 큰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 등 3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경증치매환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60세 이상 치매 의심환자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검사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5년간 30조6천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금년 1월부터 실업급여를 인상하고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근로자 1명당 매월 13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460만여 명이 혜택을 볼 예정이다. 올 9월부터는 0~5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양육수당과는 별도로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해 홀벌이 가구 등의 기대가 크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 지급액도 5만원씩 올리는데 어르신 빈곤 완화차원에서 2021년까지 월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정책 하나하나마다 엄청난 비용부담이 요구되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어서 당장 이번 달부터 건강보험료가 작년보다 2%가량 오른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1월부터 고용보험료 23% 인상방안을 확정했다. 20년간 묶였던 국민연금 보험료도 금년 상반기 중에 올릴 예정이다. 지속가능하며 일관된 추진을 위해서는 소요재원의 꾸준한 확보가 생명인데 특히 의료는 서비스 받는 국민과 환자가 편할수록 수요가 갑작스럽게 커지는 경향이 있어 우려가 크다.
복지와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고전적 처방인 재정정책에도 확신이 안 선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정의 경기부양 기능에 회의적인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알베르토 알레지나 하버드대 교수는 정부 지출을 늘렸을 때보다 재정적자를 해소하고자 대규모로 정부 지출을 축소한 이후에 오히려 경제성장이 관찰되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2016년 기준 중앙 및 지방정부 부채는 71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3%란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일본이 237%로 세계 최고이고 이탈리아(132%), 미국(127%), 캐나다(114%) 등에 비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것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상급식,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복지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비교적 선방했다. 그러나 의무지출 비율 증가속도가 빠른데다 이 정부의 보편적 복지정책은 점입가경이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와 고령인구 증가는 설상가상이어서 재정지출의 속도조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란 무조건 나라 빚을 많이 지고 본다"는 독일 최고의 경제학자 하노 벡 교수의 질타가 돋보인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