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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 '북남'을 살려냈나. 갑자기 교류가 활발하다. 남측 기자들의 소나기 질문에 한 마디 대답 없이 눈만 굴리던 현송월 삼지연악단 단장이 22일 북으로 돌아가자 남측 선발대도 마식령(馬息嶺) 스키장과 금강산을 보러 어제 동해안 육로로 방북했다. 그들이 돌아오는 25일엔 또 평창 경기장과 숙소 등을 살피러 북에서 오고. 문재인 정부가 고무됐다. 그저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바람 앞에 촛불 지키듯 남북대화 유지에 힘을 모아 달라. 남북대화는 북미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의 남북대화 지속 강조는 북측의 '평창올림픽을 통한 북남 공조' 역설과 통한다. 공조란 서로 돕는 거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꺼지지 않는 남북대화 지속도 좋지만 서로 돕자는 것이고 썰렁할 올림픽 조짐을 자기네가 참여, 활기를 살렸으니 대가를 달라는 거 아닌가.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알아서) 이미 작년 9월 하순 유엔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를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약 90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그 두 달 후인 11월 29일 ICBM 화성15호를 발사했지만 며칠 후(12월 1일) 통일부 대변인은 '인도적 북한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변함없다'고 했고 조명균 장관은 ICBM 발사 전날인 11월 28일 기자회견 때 '연내 집행'을 언명했다. 그렇다면 800만 달러는 이미 전달된 거 아닐까. 미국은 '올림픽 때 호텔비와 식비 외에 아이스하키 스틱 등 경기용 도구를 공여하는 건 대북제재 한계를 벗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정부가 그 한계를 참아낼까.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이 2001년 1월 중국의 발전상을 견학시키기 위해 북한 김정일을 상하이로 초대, 금융 정보 통신 산업의 심장인 푸둥(浦東)을 보여줬다. 그 때 증권거래소와 소프트웨어, 인간게놈 연구센터 등 첨단시설을 돌아본 김정일은 '천지개벽'이라며 감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야 뭐 불원간 남조선 경제를 접수할끼니…' 중얼거렸다는 거 아닌가. 그럴 만도 했을 게 그 전년 6월 방북한 DJ로부터 13억4천500만 달러의 '북남 공조금'을 챙기지 않았던가. 하긴 김정은이 핵만 버리신다면야 그런 거금이 문제겠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