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온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을 보다 '차·도·녀'가 떠올랐다. 하얀 피부에 시원한 이목구비, 생머리를 모피가 감싸 안았다. 서울 강남에 산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얼굴이고, 몸단장이다.
매머드급 취재진이 몰렸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여줬다.
그는 2014년 모란봉악단 소속 작곡가로 '노력영웅' 칭호와 제1급 국기훈장을 받았다. 이어 모란봉악단장으로 임명됐고, 2016년 10월 당 중앙위원회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발탁됐다. 파격에 가까운 초고속 승진이다.
현송월은 2015년 말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에 갔다, 체제 선전내용을 문제 삼자 공연 시작 3시간 전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김정은) 원수님 작품, 점 하나도 못 빼"라는 말을 해 화제가 됐다. 남다른 충성심에 김정은의 신뢰가 더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현송월의 행보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올림픽이 온통 현송월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게 됐다'고 비난한다. 마침 여당 의원이 '평양 올림픽'이라는 실언을 했다. 3수 끝에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체제선전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정부·여당은 평화올림픽, 경제올림픽이라며 북의 올림픽 참가를 촉구한 야당 의원들의 과거 행적을 들춰낸다. 야당의 주무기인 '내로남불' 이라고 역공한다.
정치와 문화·예술은 이종(異種)이 분명한데 종종 합체한다. 대개는 정치가 목적을 위해 문화·예술을 억지로 등에 업는다. 정치 때문에 불행했던, 비참했던 예술인들을 꼽는 건 부질없다.
현송월과 삼지연관현악단이 평창올림픽 전날인 2월 8일 강릉에서, 11일 서울에서 공연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140명이 함께 하는 공연이라 궁금증이 커진다. 북한의 문화 인프라와 수준을 가늠해볼 좋은 기회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정권의 '음악 통치' 선봉장으로 불린다. 체제를 선전하고 김정은만 바라보는 뻔한 내용이라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