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영 일산소방서장
이봉영 일산소방서장
지난 해 12월 21일 충북 제천 소재 스포츠센터에서는 끔찍한 화재참사가 발생, 29명의 희생자와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토록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은 무엇보다 스포츠센터 건물 내 비상구의 관리실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3층 남자사우나에서는 이발사가 비상구의 위치를 정확히 숙지해 손님들을 비상계단으로 안전하게 대피시켜 화를 면했지만 2층 여성사우나는 비상구 내부에 물품을 적재해 놓은 선반이 있는 등 관리 부실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비상구가 잘 관리되고 있었다면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상구는 건물안 주 출입구와는 별도로 설치된 비상출입구로, 화재 등으로 주 출입구가 막혔거나 대피가 필요할 때 탈출로로 사용된다. 사람들의 생존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명 '생명의 문'이라 부를 정도다.

적절히 관리·유지돼야 할 비상구가 영업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폐쇄되거나 물건 적치 장소로 사용된다면 화재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목욕탕이나 음식점,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은 해당 시설을 처음 방문한 이용자들이 많아 비상구의 유지·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소방관서에서는 다중이용업소 등 유사 위험시설의 피난·방화시설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섰고 2010년부터 시민들의 자율적 감시체계를 활용한 '비상구 폐쇄 등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주 등 관계자의 안전의식이다. 건물 관계인은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피난·방화 시설을 잘 유지·관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비상구 등을 훼손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단순한 범법행위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빼앗는 매우 위험한 위법행위다.

시민들도 스스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어느 영업장을 가더라도 비상구와 피난로를 확인하는 안전의식을 생활화 해야 한다.

화재현장 속에서 연기와 불길을 피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오직 비상구뿐이란 국민 모두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봉영 일산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