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 세대(Golden generation)'는 한 분야에서 특정 연령층에 재능을 가진 인재가 집중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원래는 1989년, 1991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10대 포르투갈 선수들을 지칭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에는 2002년 월드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루이스 피구뿐만 아니라 페르난도 코우토, 루이 코스타, 조안 핀투 등의 선수가 속해 있었다.
이들은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제패 이후 유로(Euro) 1996에서 8강, 유로 2000에서 4강의 업적을 이뤘지만, 1994·1998 월드컵 때는 유럽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비롯된 황금 세대라는 말은 유럽 매체에서 번지며 꼭 축구뿐만 아니라 각 나라별로 다양한 스포츠에서 활용됐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 농구 국가대표팀(2000~2012), 캐나다 하키 국가대표팀(2005~2009), 아일랜드 럭비 국가대표팀(1996~1998) 등이 황금세대로 불렸다.
최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정현(22) 선수가 우리나라의 황금 세대로 불리고 있다. 그는 경기력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스포츠 매너로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연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996년생인 그와 더불어 수영선수 박태환(1989년생),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1990년생), LPGA 선수 박성현(1993년생) 등이 가히 황금세대라 불릴 만하다. 스포츠 스타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에게 위안을 줬다. IMF 시절인 1998년 7월 박세리 선수(당시 21세)가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우리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 주었고, 이보다 한 해 앞서 박찬호 선수(당시 24세)는 메이저리그에서 10승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
정현 선수의 돌풍으로 테니스 업계가 오랜만에 특수를 맞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세돌이 바둑경기에서 알파고를 이겼을 때, 혹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을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앞으로도 이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황금 세대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