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501001650400079031

남자 복식 금메달로 '병역 면제'
"그 경기 졌다면 여기 없을 것"
뉴욕타임스 '성장 밑거름' 분석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 군에 입대했더라도 오늘의 정현(22·한국체대·라이브 ATP 랭킹 29위)이 있었을까.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정현의 급성장 이면에는 2014년 인천이 있었다.

정현의 호주오픈 4강 진출 이후 그의 급성장 요인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을 주목한 건 국내 언론이 아닌 외신이 먼저다.

정현은 호주오픈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직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 경기(2014 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에서 졌다면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 군대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뉴욕타임스는 "페더러와의 준결승은 큰 의미가 있겠지만, 정현에게는 어쩌면 아시안게임 결승전 지분이 더 컸을지 모른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받은 병역 면제 혜택이 정현의 성장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도 "인천 아시안게임이 정현 선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도 맞다"며 "병역면제 혜택을 받으면서 마음 편히 투어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9월 29일 오후 3시30분 인천 부평 열우물테니스장에서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복식 결승전이 열렸다. 당시 삼일공고 소속이었던 정현과 당진시청 소속 임용규가 한 팀을 이뤄 인도의 사케즈 미네니, 사남 싱 조와 맞붙었다.

비가 내려 한때 경기가 중단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들 두 팀은 팽팽한 접전을 벌이며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갔다.

당시 남자 테니스 복식 랭킹은 인도가 우리나라를 앞섰던 상황. 우리 팀은 정현의 강력한 서브와 임용규의 재치있는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세트스코어 2-0(7-5, 7-6)으로 인도팀을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테니스가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것은 1986년 김봉수, 유진선 이후 28년 만의 일이었다.

정현은 대회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대회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게 돼 정말 기쁘다. 꿈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며 "힘든 점도 있었지만 결승에 진출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이 모두 잊혔다"고 말했다.

정현은 26일 라이브 ATP 랭킹 2위의 로저 페더러와 결승 티켓을 두고 다툰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