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지역 지자체들의 혈세가 관행화된 관급공사의 잦은 설계 변경으로 새고 있다.
민선 2기로 접어들면서 이같은 혈세 낭비는 더욱 급증하고 있지만 제어할 장치가 없다.
이로 인해 행정의 신뢰도는 끝간데 없이 추락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이같은 혈세낭비를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오로지 ‘표’만 의식한 단체장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다.
왜 이같은 설계변경이 발생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시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결론에 꿰맞춘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 바람에 사업추진 과정에서 갖가지 변수로 예산증액을 위한 설계변경이 이뤄지고 있다.
포천군은 230억원을 들여 군내면 하성복리에 문예회관을 건립하면서 무조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 등을 마치고 지난해 착공했다가 공법변경을 이유로 건물내외벽 마감재를 바꾸고 옥외주차장을 추가로 건립하면서 결국 34억원의 예산을 증액하는 결과를 낳았다.
평택시도 이충동에 레포츠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이 축구장 관람석 증설과 테니스장 국제규격 설치를 요구했지만 이를 외면했다가 뒤늦게 설계변경을 통해 축구장 관람석을 1면에서 2면으로 늘리고 테니스장도 6면에서 5면으로 조정하면서 1억8천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집행했다.
또 인천시 서구도 지난해 초 검암1·2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면서 하수도시설 결정용역비, 환지계획변경에 따른 용역비, 군시설물 이전에 따른 신설공사비 등을 이유로 잦은 설계를 변경해 검암1지구는 당초 사업비 22억1천785만원 보다 100%가 넘는 25억4천254만원, 검암2지구는 당초 사업비 64억2천851만원의 절반인 31억1천689만원을 증액했다.
설계변경의 또 다른 이유는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직 단체장이 취임이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을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도 되는 규모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사업부지를 변경하면서 설계변경을 추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남양주시가 지난 9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쓰레기매립장의 경우 주민들이 입지선정위원회 등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승소하면서 공사가 중단되자 시는 폐기물관리법상 입지선정위원회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규모로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사업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이고 이로 인해 전체 예산 436억4천100만원중 현재까지 투입된 119억원이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인천시 남동구도 논현동에 건립할 음식물 자원화시설이 주민반발로 어렵게 되자 사업부지를 남동공단내 제1유수지로 변경, 사업을 재추진 하고 있어 당초 설계비용만 날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사업자체를 백지화 했다가 마치 자신의 치적인양 사업의 포장을 다시해 재추진 하면서 예산낭비를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천시는 지난 96년 상동신도시내 10만평에 영상문화단지를 유치하기로 발표하고 5억원을 들여 개발용역을 마쳤으나 지난 98년 7월 단체장이 바뀌면서 토지매입비용이 많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현 부천시장은 지난 3월 영상문화단지 사업부지의 가격이 하락하자 드라마촬영장, 외국연구기관유치 등 사업계획을 변경해 다시 영상단지를 개발하겠다고 1억7천만원의 용역사업비를 예산에 편성, 결과적으로 동일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7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용역비로 집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밖에 건설회사들이 대형공사를 따내기 위해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은 뒤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보전받는 관행화된 설계변경도 예산낭비의 요인으로 한 몫하고 있다.
성남시가 지난 97년 10월 착공해 이달말 완공될 분당구 야탑동 중앙도서관을 겸한 여성문화복지회관의 경우 4차례에 걸친 설계변경 등을 통해 18억9천만원의 예산이 증액됐다.
도가 지난해 국정감사자료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공사 42건 가운데 21건이 낮은 낙찰가로 인해 잦은 설계변경이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시민모임 기획위원장 이재명변호사는 “관에서 발주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설계변경을 통해 감액되는 예보다는 증액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사전에 충분한 사업검토도 부족하지만 낮은 낙찰가로 인한 설계변경과 업자의 이익을 생각하는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