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서도 큰 화재가 났다. 38명이 죽고 142명이 부상한 밀양 화재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이 화재 현장에 간 바로 그 27일 일본 남쪽 끝 카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奄美:엄미)시 카사리(笠利:입리)정(町) 주택 밀집지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가옥 19채에 불이 번져 15채가 전소됐건만 신기하게도 사상자는 0명이었다. 그것도 잠이 깊은 밤중~새벽 사이(3시 40분)에 불이 났는데도 그랬고 주민들은 평소 재난 대비훈련 매뉴얼대로 대피, 인근 공민관(公民館)에 수용됐다. 그 일본 화재는 마치 '한국 정부 좀 보고 듣고 배우라'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도 한국 정치판은 밀양 화재를 '문재인 정부가 안이한 탓'이니 '홍준표의 경남지사 시절 도정 실패 결과'니 해가며 다퉜고 '국해(國害)의원'들은 서둘러 통과시켜야 했던 소방안전법을 아직도 유기한 상태다.
지난 12월 29명이 희생된 제천 화재에 이어 그보다 더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일본 아사히신문은 26일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문 정권에 타격'이라고 보도했고 27일 중국 인민일보는 '한국 밀양병원 화재로 사상자가 백을 넘었다(韓國密陽醫院火災 逾百死傷)'고 전했다. 逾는 '넘을 유'자고 한국과는 반대로 중국에선 종합병원이 醫院(의원)이고 개인병원이 病院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3일 인천 앞바다 낚싯배 전복사고로 15명이 익사했을 때는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들과 '일동기립 묵념'을 올렸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낚싯배 사고는) 국가 책임"이라고 했건만 더 큰 희생자가 난 제천 화재 때는 일동기립 묵념을 생략한 채 현지로 내려가 눈물만 흘렸고 이번 밀양 화재엔 묵념도 눈물도 하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노인과 환자라는 희생자 망령(亡靈)들이 '불공평하다'며 울지 않을까.
사고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바다 사고든 화재든 그 희생자도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그토록 지난 정권을 닦달하고 몰아 때리던 문 정권의 심사와 심기가 어떠할지 궁금하다.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괜찮아, 염려 마, 설마'하는 '안전 과신증(過信症)'이 문제고 '위험불감증'이 문제다. 밀양 화재는 왜 또 연산군병원도 광해군병원도 아닌 세종병원이란 말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