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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
사람들이 '한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흔히 떠올리는 풍경은 무엇일까. 어둑한 밤하늘 아래, 도시가 내보낸 불빛을 품고 출렁이는 잔잔한 물결?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한강공원을 거닐며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보내는 젊은 부부들?

모두가 대중매체에서 매일같이 접할 수 있는 한강의 화려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한강은 서울만을 흐르는 강은 아니다.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북한강을 비롯한 여러 지류들과 합류해 '한강'이라는 이름의 한 몸이 되어 최하류인 경기도 고양시 장항습지까지 장장 512km를 달려 황해와 만난다.

한강은 그 긴 길이만큼 여러 지역의 다양한 생태적, 문화적, 산업적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개발압력이 높은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도와 충청북도 지역의 물 관련 문제마저도 포괄한다. 그만큼 상·하류 주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람이 하루라도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물과 관련된 갈등이기에,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은 우리 사회 모두가 부담하게 된다. 뾰족한 해결책은 없을까?

칼로 환부를 도려내듯, 한 순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옳은 방향을 향한 숙의(熟議)의 틀은 만들 수 있다. 바로, '통합 물 관리'라는 일관된 체계를 갖춤으로써.

우리나라의 물 정책은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부로 이원화돼 관리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기관 간 갈등과 업무의 중복, 예산낭비와 비효율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으나 아직까지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했다. 수질과 수량, 수생태계의 조화가 전제되지 않은 지금까지의 물 관리 정책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단순히 중앙정부나 한 지역의 힘만으로는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수질과 가뭄, 홍수 같은 재난에 대비한 수량관리 등 한강유역에 사는 주민들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유역정책을 펴나갈 수 없다.

물 문제에 있어서는 행정구역이나 중앙부처 기능별 구분이 아닌, 유역단위의 정책결정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유역에 살고 있는 상·하류 주민들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수질, 수량으로 나누어진 각각의 협의체가 아닌 '유역' 개념으로 접근하는 통합의 협의체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통합 물 관리는 이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중앙부처에 나뉘어 있는 수질과 수량, 재해 등 물 관리 기능과 조직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통합 개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 중심의 획일화된 정책 수립을 탈피해 유역별, 더 나아가서는 상·하류별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한다. 각 부처별로 따로따로였던 사업들이 지역의 필요에 따라 새롭게 하나의 사업으로 모아진다. 부처 이기주의를 탈피하여 예산 중복 사용을 막고, 하나로 합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사업들을 선별해 효율성을 높인다. 통합 물 관리는 실질적인 지역 의견을 반영하는 '유역자치'로 발전하기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옛말이 있다. 이젠 한 걸음 더 나아갈 시점이다. 삶에 직결되는 '물'에 대한 관리 체계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 지역주민과 함께 더 맑고 넉넉한 한강을 거니는 길이 속히 열리길 희망한다.

/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