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살리기 위해선 아이 많이 낳아야 하는데
워킹맘 걱정 더는 '국공립어린이집' 증설 시급
2305년후에도 대한민국 존재위해 반드시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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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솔직히 치매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다. 어느 세월에 미수(米壽)에 이른 어머니와 고희(古稀)를 훌쩍 뛰어넘은 장모를 보면 더욱 그랬다. 당장 두 분의 왕성한 정신력을 보면 괜한 걱정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어디 예고하고 방문하는 손님이던가. 주변에 노인성 치매를 앓는 어른을 모시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기에 그들 가족이 겪는 고통이 예사롭지 않았다. 도대체 이 난제를 개인에게만 맡기고 있는 국가의 심보는 뭐란 말인가. 늘 불안과 걱정 그리고 불만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데 치매만 문제가 아니란 걸 요즘 피부로 느낀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건 서울 사는 딸이 집으로 들어오기로 하면서부터다.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까지 남은 날들과 부부의 출퇴근 거리를 감안한 결정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엊그제 돌잡이 이벤트를 치른 외손자의 육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당장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50대 중반의 아내까지 자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돌보는 '독박육아'가 애당초 가능치 않은 상태였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결론은 '당연히'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으로 모아졌다. 그래서 주변의 어린이집 형편을 살펴보기로 했다.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보낼 요량으로.

아뿔싸! 그런데 이게 무슨 난리냐. 보낼 곳이 없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맡길만한' 곳이 없는 게 아니라 '맡길' 곳이 아예 없다. 사는 곳을 포함해 국공립어린이집 3개가 한꺼번에 새로 문을 여는 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특히 지난 해 태어나 만 0세반으로 들어가야 하는 영아들은 바늘구멍조차 없는 상태였다. 3개 국공립어린이집을 합쳐 고작 6명이 수용 가능한 최대인원이라니. 입소신청 개시일 오전 10시부터 접수를 시작한다고 했다. 일찌감치 1시간 전부터 PC 앞에 앉은 딸이 달리기 총성이라도 기다린 듯이 정각에 접수시켰음에도 우리 집 아이는 62명 중 55번째였다. 같은 1순위 중에서 우선배정 조건을 갖춘 신청자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그마저 순위도 하염없이 뒤로 밀려나갔다. 국공립어린이집 신청에 훨씬 앞서 대기신청 해두었던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조차도 순위는 여전히 두 자리 수였다. 몇 달을 기다려야 할지 모를 일이다. 이러다간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에서야 겨우 자리가 날까.

지난해 신생아수가 30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2000년 공식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그때의 딱 반 토막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출생아수 2만7천명은 월별 역대 최저치다. 일찌감치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한 인구학자는 "2305년 인구소멸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이제야 모두들 실감하는 분위기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축하금을 주니,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겠다느니 부산을 떤다. 아이를 낳는 게 애국이라고 젊은 부부들을 몰아붙인다. 애국의 반대는 매국 아닌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매국노 소리를 들을 판이다. 이쯤 되면 국가적 협박수준이다. 하지만 '탁아(託兒)'의 현실이 저러하니 낳아도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기엄마들이 왜 국공립어린이집만 찾느냐는 지적도 할 수 없다. 국가시스템으로서의 탁아시설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못됐다' '과하다' '쏠린다' 나무랄 수 없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학대사건들이 그 이유다.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선 아이를 낳아야 한다. 아이를 낳게 하려면 국가적으로 육아(育兒)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육아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탁아(託兒)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탁아'야말로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에 국공립어린이집을 40%대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어떤 공약보다도 이 공약만큼은 반드시 실현되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2305년 이후에도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을 터이니.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