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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長壽)의 상징 거북이는 30~50년을 산다. 코끼리거북은 100~150년이다. 200년 넘게 살기도 한다. 무척추동물인 조개류는 500년 넘게 사는 종(種)이 있다. 척추동물로 범위를 좁히면 그린란드 상어가 단연 금메달이다. 평균수명이 270년 정도 되고, 400년까지 산다고 한다. 낮은 체온과 느린 신진대사가 비결이다. 동양에서 십장생으로 불리는 학과 사슴은 20~25년에 불과하다.

인간수명은 70~80세가 보통이다. 오래 살자고 열심히 운동하고 영약을 먹어봐야 100살을 조금 넘길 뿐이다.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도 50을 갓 넘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수차례 사기까지 당하면서 불사의 영약을 찾았으나 종말은 허망하기 그지없다. 지방을 순회하던 중 마차 위에서 객사했다.

인류는 장수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인터넷기업 구글이 인간 수명을 500년까지 늘리겠다며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꿈을 실현하겠다며 구글 공동창업자가 2013년 세운 회사 '칼리코'가 최근 벌거숭이두더지쥐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평균 수명은 32년이나 된다. 3년 안팎인 다른 쥐에 비해 10배 이상 더 오래 산다. 두더지쥐는 'DNA나 단백질 손상을 바로잡는 능력이 탁월하고, 나이가 들어도 그 능력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한다. 암에 걸리지 않고 통증도 느끼지 않으며 산소 없이도 18분을 견딜 수 있다. 인간에게 이를 대입하면 500세 수명이 가능하다는 추론이 나온다.

500년을 사는 인류는 행복할까. 30년 일하고 30년 노후를 보내는 것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성장을 늦춰서 100살이 돼야 성인이 되고, 400년을 더 산다면 모르지만 20년 만에 성인이 돼 이후 480년(24배)을 더 사는 건 재앙일 수 있다. 사랑하는 자녀와 아내, 남편, 친구를 잃은 슬픔을 400년 이상 견뎌내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병상에 누워 200년 혹은 300년을 사는 건 본인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천형(天刑)이 아닐 수 없다. 끔찍한 일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