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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하염없이 운다. 30%는 기쁨, 70%는 대만(중화민국) 국기(靑天白日旗)를 못 올리고 애국가 '싼민주이(三民主義)'가 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왜? 같은 나라라는 중국의 압력 탓이다. 국명을 달리 쓰려면 'Chinese Taipei'로 하라는 거다. 국기를 못 올리고 흔들지 못하는 건 망국(亡國) 때다. 그 단적인 예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손기정, 그 통한의 가슴팍 일장기였고 시상대에 울려 퍼진 일본 천황 찬양가 '키미가요(君が代→군주, 즉 천황이 통치하는 시대라는 뜻)'였다. 전쟁에서 항복했을 때도 국기는 처참하게 내려진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경우인가. 2011년 MB정권 때 어렵게 유치한 평창올림픽에 왜 태극기가 없는가. 금메달 시상식에도 애국가가 아닌 '통일의 노래'나 아리랑을 부를 참인가. 전국 관공서에 펄럭이는 태극기도 한반도 기로?

러시아가 국기와 국장(國章), 국가를 차단당한 건 금지약물 집단복용 탓이다. 그런데 한국이 왜? 지난 31일 스키 선수단이 마식령 스키장 공동 연습을 위해 9천만원 전세기로 북쪽으로 날아갔지만 연습은 단 2시간이었다고 했다. 정신 나간 짓 아닌가. 더구나 가슴 태극기도 떼고 'Korea'도 가리라고 했다는 거다. 호주 건너 남태평양 소국 피지의 바이니마라마 총리가 국기를 바꾸려던 이유는 식민지시대 영국 국기 유니언잭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기 변경을 단념했다. 재작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피지의 7인제 남자 럭비 팀이 피지 역사상 첫 금메달을 땄고 그 때 게양되는 국기에 너무나 감격,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국기 변경 의도가 눈 녹듯 사라졌다는 거다.

국기를 거역, 부정할 수는 없다. 국민도 아니다. 한반도 기는 국기가 될 수 없다. 그걸 흔드는 건 형법 제105조 국기모독죄(5년 이하 징역)에 해당한다. 평창 내내 '동족'을 부르짖겠지만 남북 이질화는 회복 불능이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김정일 플래카드가 비에 젖었다며 엉엉 운 게 북측 양궁 응원단이었다. 평창에 온 19살 여자 피겨선수도 '지(제) 동작 하나하나를 경애하는 수령님께 보여드릴 겝니다' 했단다. 남북 동질화가 가능하겠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