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편 잡던 시절 별명도 '봉사선생님'
11년째 오전 2시간씩 수업 재능기부
쉼터 리모델링 자택에서 열공 계속
60~80대 학생들과 배식나눔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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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들에게 한글을 알려주고 그들은 나에게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지요"

퇴직 교사 윤명자(74·여)씨는 매일 오전 2시간씩 한글 수업을 진행한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 한글조차 배우지 못한 채 노년에 접어든 늦깎이 학생들을 위해 윤씨가 팔을 걷어붙인 지 올해로 11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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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1년째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퇴직교사 윤명자(74·여)씨는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주고 그들로부터 기쁨을 얻고 있다며 연신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교직에 있을 당시부터 윤 씨에게는 '봉사선생님'이란 별칭이 따라다녔다.

그는 "소위 문제아라는 학생들의 인성을 바로잡기 위해 학생·학부모와 함께 다양한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실제 학생들도 좋아진 걸 경험했다"며 "이때 봉사에 눈을 뜬 것이 아마 지금의 삶을 살게 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윤 씨는 퇴직 이후 지역 쉼터에서 본격적으로 한글 수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보수는 없었다.

그는 "요즘 말로 재능기부라고 하던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라 생각했다"며 "가난한 환경 속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글 공부조차 못해 본 사람들이 너무나 많으니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어찌보면 나의 책무"라고 말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쉼터 건물이 낡아 리모델링에 들어가야 했던 것.

순식간에 공부할 장소가 사라져 한글수업도 개점휴업에 들어갈 처지에 놓였지만 윤 씨는 "지금 한글 수업 몇 개월만 쉬면 이분들 금세 잊어버린다. 열정도 식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자신의 공간으로 불러들였다. 자신의 집 아래층에 위치한 40㎡ 남짓되는 좁은 공간에서 윤 씨는 여전히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일 그를 만나러 갔을 때도 군포시 금정동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한글 수업이 한창이었다. 6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고령의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며 시종일관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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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표정이 밝은 건 윤 씨였다.

그는 "내가 가진 재능을 주고 대신 그들로부터 돈 이상의 엄청난 에너지와 즐거움을 받고 있으니 절대 공짜 수업이 아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윤 씨는 그가 가르치는 노년의 학생들과 함께 조만간 배식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에게도 봉사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봉사가 더욱 활발해지려면 도움을 빚지고 그 도움을 다시 도움으로 갚는 식의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서로 돕고 돕는 품앗이처럼 말이죠"라고 말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