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연간 여객 150만 명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 설립에 대한 우리 정부의 판단이 지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조인트벤처 시행 승인 안건에 대해 아직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 제한성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나온 뒤 60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판단하게 돼 있는데, '사전 심사' 결과가 늦어지면서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 1분기에는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노선 독점화에 대한 판단, 가격 인상 및 운영 축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조인트벤처는 여러 항공사가 특정 노선에서 하나의 기업처럼 공동으로 영업·운항하는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를 말한다. 코드쉐어(공동운항), 얼라이언스(항공동맹)보다 높은 단계의 협력 형태로,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최초로 추진해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말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계약을 맺고 7월에 국토부와 미국 교통부에 각각 조인트벤처 시행 관련 서류를 제출했었다.

미국 교통부는 대한항공 측이 조인트 벤처 시행 관련 서류를 제출한 지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1월 승인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승인 신청 후 8개월이 지났는데도 사전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인트벤처가 시행될 경우 기대됐던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 강화'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이들 항공사는 환승에 최적화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함께 이전해 조인트벤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조인트벤처 설립이 이뤄지면 미주~인천공항~동남아시아 노선 연결성 개선 등으로 연간 여객 150만 명, 환승객 40만 명 증가 등 인천공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협력을 위해 일본 나리타공항과 단항(斷航)한 이원(경유)노선의 경우 최근 1년간 환승객이 급증한 것이 실제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경유 여객은 오사카 322%, 방콕 520%, 타이베이 463% 등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양 항공사의 협력에 따라 미주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노선에서 직·간접적인 네트워크 확대, 경쟁력 강화 등도 기대되는 부분"이라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중복 노선 분산 운영, 고객의 환승을 고려한 스케줄 재편성 등을 통해 여객 편의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