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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신성한 평화 제전(祭典)인 올림픽에 최소한의 이해와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동족에 대한 최저한의 연민의 정이 있다면 모레 건군절(建軍節) 열병식은 포기해야 옳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군사훈련을 올림픽 후로 연기한 것도 인류의 평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 아닌가. 그런데 한미군사훈련은 일시가 아닌 영구 중단하라는 북한이 올림픽 전날의 자기네 군사 퍼레이드만은 강행한다는 거다. 북한 건군절이 지난 40년간 4월 25일이었던 건 조선인민군의 모태라는 김일성 항일유격대 창설일이 기준이었고 올해 달력도 그 날이 빨간 날이다. 그랬는데 돌연 날짜를 변경한 건 원래의 건군일인 1948년 2월 8일로 되돌린 것이고 따라서 40주년이 아닌 70주년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왜 돌연 변경인가. 또한 기념식은 갖되 열병식은 생략할 수도 있다. 그게 동족이 주최하는 올림픽 축제에 대한 예의고 도리다.

그런데도 북한은 오히려 '올림픽 날짜를 왜 그렇게 정했냐. 진작 바꿀 것이지'라고 빈정거렸다. 그것만 봐도 '역사에서 하차한 나라'지 정상적인 국가는 아니다. 올림픽 전날의 열병식도 어처구니 없지만 평창에 간 외신 기자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또 있다. 북한 선수들이 CNN, BBC, NHK 등 다수 방송의 인터뷰 요청에 하나같이 거부, 일언반구 응답이 없다는 거다. 취재 거부다. 2일 밤 강릉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넘어져 부상한 북한 최모 남자선수도 그랬고 기타 선수와 다른 종목 선수들도 외국 보도진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는 거다. '본국의 입 조심 지령 때문인 것 같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올림픽 선수가 보도진 인터뷰 요청에 일절 거절하는 예는 올림픽사상 처음 본다'고….

그래도 4일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스웨덴과의) 평가전 응원 열기는 뜨거웠고 '우리는 하나' 플래카드와 함성이 넘쳐났다. 삼지연(三池淵)관현악단 공연 티켓도 불티가 났다. 3일 마감된 530조(組) 1천60명 티켓에 약 290배인 15만6천조가 응모했다. 입장료 무료 때문만도 아니고 통일부는 북측 공연단 출연료는 없다고 굳이 밝혔다. 올림픽 성공을 바란다. 문제는 평창 후의 북한, 북한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