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삼산초교 주변에 위치
여름엔 벌레·악취 화재위험
소규모 200m제한규정 제외
학부모·학생 피해대책 촉구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주변 고물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일 찾아간 인천 부평구 삼산초등학교는 학교 담장을 사이에 두고 고물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4층짜리 학교 별관과 고물상의 거리는 5m가 채 되지 않는 상황. 고물상 주변에 설치된 가림막은 건물 1·2층 창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고물상 안을 살펴보니 쓰레기를 주워담는 일명 '집게 차'가 세워져 있었고, 종이상자·책·고철 등 각종 고물들이 3m 높이로 쌓여 있었다.

고물상 주변에도 빈 맥주병과 자전거, 텔레비전 등 각종 재활용품이 놓여 있었다. 고물상과 맞닿은 학교 별관에는 1~3학년 저학생 376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물상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 여름에는 각종 벌레까지 꼬여 위생 문제도 심각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21일 이 고물상에서는 용접 작업 중 불씨가 폐지 더미로 튀면서 불이 나기도 했다.

화재는 폐지 2t가량을 태우는데 그쳤지만 자칫 학교로 옮겨붙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물상과 같은 폐기물 처리 시설은 학교 반경 200m 내에 위치할 수 없지만 이 고물상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제한 대상은 1천㎡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한정되는데 삼산초 옆 고물상은 규모가 356㎡로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학교 운영위원회장 홍정기(48)씨는 "고물상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 각종 환경 피해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을 정도다"며 "학생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학생들 위생,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소규모 고물상 같은 경우에는 사업 허가나 신고 사항이 아니고, 관련 법 조항도 없는 상태여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