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운영 '국가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문화예술인 "지원 받기 너무 어렵다" 불만
개통 1년 혼란 여전… 도움 안돼 "폐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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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문화부장
처음 만나 어색할때 가볍게 화제를 모을수 있는 대화거리가 '날씨'다. 날씨는 어느 누굴 만나건 한 공간내 공통된 조건이고, 큰 이견차가 없기에 동질감을 느낄수 있는 화제로 딱이다. 모두에게 동질감을 갖게할수 있는 대화거릴 찾긴 쉽지 않다.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사안을 느끼는 온도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때 요즘 문화예술계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선 대동단결하는 모양새다. 바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이다.

출입처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때면 으레 '오늘은 뭘로 얘길 풀어가나'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요즘은 '안녕하세요?' 인사하듯 'e나라도움하세요?'라고 첫마디를 시작하면 술술 얘기가 전개돼 이슈거리에 대한 고민이 줄었다. 열이면 열 모두 짜놓은 듯 한목소리로 주제거리에 화답한다. 공통된 대답은 "어렵고, 힘들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누굴위한 것이냐."

지난해 1월 (1차)개통한 e나라도움은 간단히 말해 '국가보조금을 단 1원이라도 지원받는다'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이다. 더 정확히 말해 운영부처(기재부)가 공식 정의한 개념은 '국고보조금의 예산 편성·교부·집행·정산 등 보조금 처리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 정보화해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보조금이 꼭 필요한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모든 국가보조금 사업에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시스템인 것이다.

시스템의 시작은 지난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12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그 핵심과제로 e나라도움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이 첫걸음이었다. 이후 2015년 10월 기획재정부 내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구축추진단'이 설치됐고, 이듬해인 2016년 12월 e나라도움 구축과 운영의 근거를 마련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이에따라 지난해 1월 보조금 교부와 집행기능 등의 기능을 갖춘 e나라도움시스템이 1차 개통했고, 그해 7월 보조금 정산, 중복·부정 수급 검증, 정보공개 등을 포함해 전면 개통됐다.

문제는 1원이라도 국가보조금을 지원받는 문화예술인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돈을 받아야 하는데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문화예술인은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관련 기관들 역시 그야말로 아비규환인 상태다. 급기야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이 시스템 자체를 지난 정부의 '적폐'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복잡한 시스템 구조는 'IT 기술자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넘쳐났고, 시스템 개통 1년이 흘렀음에도 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계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시스템에 대해 '폐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운영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시스템 개선'을 얘기하고 나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정확히 9개월 전 칼럼을 통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의 국가지원을 확대해도 모자랄 마당에 누가 이들에게 시련(e나라도움시스템)을 안겨주는 것인지. 정부는 다시 한 번 곱씹어 봤으면 한다'로 마무리되는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뿐이다.

상황은 또 변해 올해 최저임금이 시행돼 뭔가 나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문화예술계는 여전히 배고프다는 이들 투성이다. 시급 7천530원, 월급으로 환산해 157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 시행이 한달을 넘었지만 문화예술인은 나아진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문화예술계는 나름의 특성이 있다. 공장에서 물건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방식의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낸다. 그렇다 보니 노동을 제대로 인식받지 못하는 일도 많고, 더더욱이 이를 시스템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업계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다시한번 얘기하고 싶다.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해 정부가 조금 더 (문화예술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

/이윤희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