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종종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외친 유레카(Eureka: 나는 알았다)를 인용한다. 우리는 보통 과학자들이란 기존지식을 시험하고자 하는 욕구와 새로운 영역의 탐험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려는 지적탐구를 보여 주는 사람들이며, 우주의 질서나 인체의 구조 등 자연법칙을 찾아내고자 노력한 사람들이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예술가들도 과학자들과 비슷하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아인슈타인이 관심을 가졌던 광학(光學)과 시각화(視覺化)에 대해서 벨라스케즈, 베르메르, 터너 등과 같은 화가들 역시 빛과 색깔, 이미지, 형태 등을 분석하고자 했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는 당시 많은 화가나 조각가가 해부학을 통한 표현방식에 관심이 있었을 때, 그는 이미 이를 섭렵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세와 각도를 자신의 작품에 도입했다. 쇤베르크는 바흐에서 브람스에 이르기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전통적인 협화음과 불협화음의 개념을 포기하면서, 하나의 작품에 반음계의 12음을 모두 사용해 음조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을 시도했다.
우리는 예술과 과학의 연결점인 기술발전이 새로운 예술형태를 이끌어내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사진기의 발명은 사진예술장르를 생겨나게 했고, 뤼미에르 형제가 활동사진 카메라를 발명함에 따라 영화,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예술로서 자리를 잡게 됐다. 또한 레이저기술은 CD에 소리를 저장하여 음악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하는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예술형식 사이의 관계, 즉 화가의 손 및 눈에 대한 관계, 그리고 음악가의 귀에 대한 관계를 변화시키는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시대마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 인간과 기계가 동시에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예술가가 있기도 하지만, 또 예술과 과학의 기술적 결합이 창작자 개인의 의도와 예술적 통찰, 세계관, 사회적 상황 사이에 복잡한 상호관계 속에서 해석되고, 예술적 완성이 기술적 완성과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예술에 과학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회피하는 예술가도 있다.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막식을 통해 개최국의 문화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과거와 미래를 탐험하여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콘셉트로 하여 1218개의 드론 오륜기, 첨단 고출력 레이저로 구성된 무대, 달항아리 형상의 성화대 등 첨단과학과 예술이 서로 만난 개막식 행사를 보면서, 역시 미래의 예술과 과학은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 형상을 탄생시키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빚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