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면모 보여준 알찬 구성
효율적 공간활용 디자인 인상적
'드론 오륜기' 영상 작아 아쉬움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추운 날씨라는 우려와 달리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 1천300여 배우들의 열정,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구성, 3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된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진행됐다.
개막식은 거대한 상원사의 동종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카운트다운이 '0'이 되는 순간 한줄기 빛과 함께 무대는 거대한 겨울호수로 탈바꿈되고 은빛호수 가운데서 솟아난 거대한 동종은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도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동양적 매력을 맘껏 뽐냈다.
열정과 환호의 개막식이 2018 평창올림픽의 문을 열었다.
"뻔하지 않은 전통이 빛났다."
이번 개막식은 총 136분간 13개 장면으로 구성됐으나 선수입장과 축사 등 기본 식순 이외에 순수 문화공연은 평화의 땅, 모두를 위한 미래, 행동하는 평화 등 6개 장면, 38분간 진행됐다.
다른 올림픽 개막식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한국의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현대의 조화, IT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내실 있게 보여준 알찬 개막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 감독의 "한국적이라고 해서 꼭 전통공연만 내세우는 건 곤란하다. 전통에 현대적 옷을 입혀야 한다"는 평소 예술철학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개막식 현장에서 3만5천여명의 관중들에게 특별히 주목을 끈 장면은 300여명의 무용수들이 장구춤을 추며 거대한 운동장에 태극기를 연출해 내던 '태극, 우주의 조화'장면이었다.
우주의 기운을 의미하는 장구 배우들이 리프트를 타고 무대 중앙에 등장하고 뒤이어 적색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빠른 속도로 등장하는 장구 무용수들이 운동장을 이리 저리 휘저으며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독창적 리듬으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위용 넘치는 백호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 평화의 땅 장면도 현장에 있던 외국인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고구려 벽화 속에 나오던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시작으로 고대시대 한반도에 서식하던 사슴과 멧돼지, 꽃과 나비 등 동식물들이 사방에서 등장하고 몸은 새인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신화 속 인면조의 등장도 주목을 끌었다.
고대 한반도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하늘과 땅, 사람이 함께 모여 진정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인상 깊은 장면으로 손꼽힌다. 특히 스타디움 중앙 상부에 설치된 원형의 트러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매핑 기술이 가장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이번 개막식에서 특히 고무적인 것은 열악한 조건의 스타디움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공간디자인이었다.
일반적으로 올림픽 개막식은 반지붕이 있는 타원형의 대형 스티디움에서 개최되게 마련인데 이번 평창 올림픽의 경우 논란 끝에 만들어진 지붕없는 오각형의 운동장에서 개최됐다.
쉽게 말해 좀 크게 지어진 마당놀이터와 비슷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진은 사방에 4개의 커스텀타워를 세워 공중공연을 위한 축을 마련하고 운동장 바닥에 숨은 공간을 만들어 배우의 등장효과를 배가시키거나 요즘 해외의 대형 문화행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매핑 기술을 이용하는 등 악조건 속에 효과적으로 공간활용을 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미디어를 통해 화제를 모은 드론 오륜기는 개막식 현장에선 의외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천218대의 인텔 슈팅스타 드론을 평창 밤하늘에 띄워 거대한 오륜기를 하늘에 그리는 명장면이었는데 대관령의 기상여건으로 제작진이 사전촬영한 영상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개막식이 열린 스타디움에서는 객석 뒤쪽에 설치됐던 스크린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는데 스크린의 크기가 너무 작아 현장에서는 TV생중계를 보던 국민들과는 달리 큰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은
-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평가위원
- 서울특별시 축제평가위원
- 대전광역시 축제심의위원
- 충청남도·대구시·광주시 축제육성위원
- 2012 여수엑스포 문화예술 총감독단 상근자문 (거리공연&축제)
- 2017 금산인삼엑스포 전시연출 자문위원
- 2018 계룡문화엑스포 축제콘텐츠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