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공동체·인간다움 유지 위해 더 고민해야
아이들 '미적 인간'으로 육성 문화예술교육 필수
그리 낯설어 보이지는 않지만 '숙제를 학교에서 모두 마치고 귀가'하게 하는 정책이라든지 '초등학교 합창교육 의무화' 등의 정책은 신선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정책은 올해 9월 신학기부터 파리 등 수도권 지역의 초· 중학교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집에 가서도 공부하게 하겠다." 즉, '못 놀게 하겠다'는 취지로 거의 한 세기 동안 굳건히 자리 잡아 온 우리나라 숙제의 본질과 배경 등을 생각하면 "숙제는 집이 아닌 학교에서 마치고, 집에서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장관의 발언은 부럽기까지 하다.
프랑스는 올 9월 신학기부터 초등학교는 주 2시간씩의 합창교육을 의무화하고, 중학교는 선택과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합창교육은 이미 2010년부터 일부 학교에서 선택적으로 채택해 왔고 그 효과도 이미 검증됐다. 이 정책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모든 아이가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에 대한 문화교육 강화가 교육의 최우선 목표다"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과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 예산에 합창교육에 필요한 예산 2천만 유로(약 257억원)를 편성했다. 음악 전공자 등을 지도교사로 파견하고 곡의 선정 등은 자유이나 전체의 20%는 클래식 곡으로, 그리고 반드시 국가 및 샹송도 포함했다. 여기에는 여러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거주 지역과 부모의 소득, 계층과 상관없이 어린 시절부터 모차르트와 바흐의 곡을 직접 불러보고 접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함께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체험함으로써 각자의 성취감과 잠재력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번째는 연대의식과 결속력, 나아가 서로의 권리와 자유를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을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성적인 아이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과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의 완화 및 학업성적 향상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참으로 한가한 고민이나 하는 나라 같아 보이지만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인간이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지키면서 기술 발전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능력,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능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예측력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오래전부터 아동들에 대한 문화 예술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소리와 색(color)에 대한 다양한 접촉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본성을 자극하고 키워왔다. 이를 통해 아름다움의 판단 기준을 키우려는 노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인간성과 공동체의 유지에 있어 문화와 예술이 갖는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통찰하고 합창교육을 의무화한 정책을 통해 교육의 깊이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의 안목이 부럽다. 이제 우리도 공동체와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만이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문화예술가를 키우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아닌, 우리 아이들과 시민들을 자유와 성숙이 깃들여진 '미적 인간'으로 키우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