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롯데, 신라면세점 등 인천공항 면세사업자들에게 브랜드 유치와 관련한 '담합'을 부추겼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1차 조사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면세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인천공항공사,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한국관광공사에 보내고 14일까지 이와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과거 인천공항공사 주도로 롯데, 신라 등 인천공항 2기(2008~2014년) 면세점 사업자들이 브랜드 유치 관련 합의문을 체결했는데, 공정위가 이 부분을 담합에 해당하는 불공정거래로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11년 9월 공항면세점으로는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매장을 열었다. 이때 신라가 루이뷔통에 파격적인 수수료 혜택을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샤넬'과 '구찌'가 매장 철수 등을 언급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런 상황에서 낮은 수수료율 등을 제시하면서 이들 브랜드 유치에 나섰다. 결국, 구찌는 롯데면세점으로 자리를 옮겼고 샤넬은 인천공항에서 아예 철수하게 된다.

이에 신라 측은 "낮은 수수료율로 경쟁하면서 브랜드를 빼 가는 일이 계속된다면 국내 면세사업자들이 공멸하게 된다"며 인천공항공사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브랜드 빼 가기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문을 2기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과 체결하기에 이른다. 외국 명품 브랜드가 면세사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런 합의문 자체가 거래 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일차적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2년 넘게 진행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천공항공사 등 피심의인들의 의견을 들은 뒤 전원회의를 통해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을 피심의인으로 담합 건을 조사한 것은 맞지만,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 제출 시한(2월14일) 연장을 요청한 뒤, 내부 논의 등을 거쳐 공식 의견서를 작성·제출할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자들도 이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실시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