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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 김여정(Kim Yo-jong:킴요종)을 '북한의 이방카(Ivanka→트럼프 대통령 장녀)'라고 했다. 그녀의 인기와 영향이 토네이도 급이라는 거다. 작년 11월초 일본을 방문, 아베 정권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일본 방송들이 생중계를 했던 이방카와 비교한 거다. 그 신문은 또 김여정과 문재인 대통령의 악수를 '역사적'이라고 했고 그 역사적 장면이 네티즌 간에 바이러스처럼 퍼졌다(goes viral)고 썼다. 뉴욕타임스도 그녀의 방남(訪南)은 '매우 상징적인 여행(Highly Symbolic Trip)'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문 대통령은 그저께 밤 삼지연악단 서울공연 관람까지 4차례나 그녀와 나란히 앉았고 마지막 '다시 만나자'는 노래 합창에 관중이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자 벅찬 감격으로 누선(淚腺)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왜 대화하자 교류하자며 서두르는 걸까. 미국과 유엔의 막판 제재에 몰린 김정은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신년사에서) '민족'을 거론, '북남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었을까. 그게 아니다. 지난달 6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은 '남북관계 개선을 조급히 서두르는(하야루) 한국, 日米시선은 싸늘하다(히야야카)'고 보도했다. 남북대화를 서두르는 쪽은 북한이 아닌 한국이라는 거다.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여당 의원과 수장(首長→수장이라면?)들이 중국 등에서 북한 관계자와 접촉, 문 정권의 남북대화 의지를 거듭거듭 밝혔다는 것이고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3일 성명에서 '남조선 당국자'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 호칭을 처음 쓴 것도 이유가 있다고 했다.

북한이야 남조선을 미국의 '코피 작전' 방지 인질로 잡고 유엔제재 충격흡수 판으로 삼은 채 시간을 벌면서 핵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그만이다. 거기다가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문 정권,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막대한 선물을 챙겨 평양을 방문해 준다면야 금상첨화다. 문 정권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심저엔 무슨 신념이 깔려 있는지 의문이다. 핵 포기 없이는 남북대화도 없다는 한 마디 말도 김여정에게 꺼내지 못한 이유가 뭔가. '너네는 핵 흥정 상대가 못 된다'고 했던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