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식민지화·다문화성 결합
최초주의·역사 왜곡 위험성 분석
개별 서사 단독보단 연계 필요성
콘텐츠 지원 체계화·센터 설립도


인천발전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인천 개항장 도시서사자원 활용방안'에서는 인천이 개항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고 재창조되는 경험을 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1883년 제물포 개항부터 1910년 한·일 강제병합(경우에 따라 일제강점기 포함)에 이르기까지의 인천 개항장은 '근대화와 식민지화', '다문화성'이 결합한 항구도시였다.

개항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과 인물, 건축물, 경관에는 그 '근대화와 식민지화', '다문화성'이라는 특성이 반영돼 있어 '도시서사'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도시서사는 도시의 장소성이 담겨있는 이야기를 뜻한다. 도시가 형성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험과 인식이 쌓여 생겨나기 때문에 개별 서사 간 연계성이 강하고, 단독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여러 자원을 연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개항장은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고 있지만, 스토리텔링 영역은 관련 조사·연구가 부족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인발연 진단이다.

단순히 관광자원 마케팅 수단으로만 이야기 자원을 바라보기 때문에 개항장의 '근대화와 식민지화'라는 이중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최초주의'로만 흐르거나 역사 왜곡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인발연은 분석했다.

또 상당수의 이야기 자원이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편집과정에서 자의적으로 수정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발연은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연구보고서에서 개항장을 대표할 수 있는 도시서사자원을 선정했다.

인발연이 선정한 도시서사자원은 ▲인천에서 민족지도자로 다시 태어난 '백범 김구' ▲여성교육 개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김란사'와 인천부윤을 역임한 '하상기' 부부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각국공원) ▲한국화교의 시발지 '인천차이나타운'(청관)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최초의 공식 이민인 '하와이 이민'이다.

도시서사 별로 테마공원(백범 김구), 드라마·다큐멘터리(자유공원), 웹툰(대불호텔), 뮤지컬(김란사와 하상기), 디지털관광(인천차이나타운) 같은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인발연은 개항장 도시서사자원을 활용한 인천 대표 콘텐츠 개발을 위해 관련 지원사업을 체계화하고, 통합 콘텐츠 플랫폼인 '스토리텔링 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스토리텔링분야와 융복합콘텐츠를 개발할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전문가를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개항누리길 안내판 개선은 단기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항장 도시서사자원을 스토리텔링해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 문화 특성화에 활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체계적인 사업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