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효도, 형제간 화목함
후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족들 모여 음식 나누는 이유
서로 혀끝으로 상처 주지 않고
배려있는 행동으로 존중해 주는
흐뭇한 명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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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애 변호사
이제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어릴 땐 설날이 그저 설빔과 세뱃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라서 좋았다. 부모님은 양손 가득 조카들에게 줄 선물까지 챙긴 채 어린 삼남매와 직행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갔다. 아궁이에 불을 때시다가 손자손녀를 반갑게 맞이하시던 할아버지의 따스한 품과 정갈한 한복이 그립고, 약과와 수정과, 모듬전까지 맛깔난 음식을 척척 해내시던 전성기의 할머니도 무척 그립다. 한 그릇을 먹어야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두, 세 그릇 떡국을 먹으며 사촌들과 나이 경쟁을 했던 따듯한 추억이 있는 설날이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져 그런지 명절 연휴가 되면 예전만큼 온 식구가 다 모이지 않는다. 매년 명절 때마다 인천공항 출국자들의 숫자가 증가되고, 해마다 갱신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설 연휴가 친인척이 전부 모여 덕담을 나누는 전통적인 의미보다는 일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의 기회로 쓰이는 것 같다.

명절 직후, 이혼신청 접수율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가족 간 갈등이 설 명절을 계기로 터져버려 이혼을 급격히 결심하고 실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 때 있었던 한두 가지 해프닝 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갈등이 명절 때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 시 만나는 일부 젊은 며느리 중 시댁에 대하여 극도의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체로 자신의 친정어머니가 크게 시집살이를 해서 어릴 적부터 시댁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그런 선입견이 있는 경우는 시어머니나 시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에 오해가 잦고 화합하기 힘들다. 그런 편견이나 오해가 없어도 아직도 많은 집안들이 가부장적인 잣대와 태도로 며느리를 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시어머니는 출산 전에는 아들 보다 돈을 더 벌었던 며느리가 두 아이 낳고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전업주부가 된 것을 뻔히 아는데도 "우리 아들이 힘들게 버는데 너는 우리 아들한테 기생하고 무위도식하며 노는 것 같다" 는 차마 농담으로도 할 수 없는 말을 해서 며느리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어느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내 아들이 밖에 나가서 늦게까지 놀 수도 있지. 어디, 여자가 12시 전에 귀가하라고 감히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느냐"며 손찌검까지 했다. 또 왜 그렇게 많은 시어머니들은 큰며느리와 작은 며느리를 대놓고 노골적으로 비교하고, 나이 어린 손위동서가 나이 많은 아래동서를 괄시하는 지 명절 때마다 시댁에 가기 싫은 이유가 시어머니 보는 것보다 동서보기 싫어서 그렇다는 사람도 꽤 있다. 게다가 시부모님 모두 안 계신 집이 최고의 시댁이라는 말도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관점의 차이 아닐까. 시부모님이 안 계시면 시집살이를 안 해서 좋을 것 같지만 자신을 며느리로서 사랑해줄 또 다른 부모님이 없다는 말이니 그 만큼 풍성한 사랑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큰아들과 결혼하면 며느리 입장에서 시부모를 부양해야하는 부담의 무게가 작은 아들보다 더 클 수도 있지만 형제들 간 순위를 바꿀 수 없을 바에야 기왕 제일 크게 사랑받는 큰며느리가 차라리 낫지 않은가. 시부모 입장에서는 며느리도 당신의 딸처럼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식이니 당신의 딸이 대우받기를 바라는 대로 똑같이 며느리를 귀하게 대우하면 좋지 않은가.

성경에 예물을 드리려다가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생각나거든 먼저 가서 네 형제와 화해한 후 예물을 드리라는 취지의 구절이 있다. 신에 대한 외식적인 제사보다 마음속 형제간의 화해가 먼저라는 의미다. 우리가 명절에 같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우린 그 본연의 목적을 잊지말아야한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화목하고 그런 것을 후손들에게 삶과 생활로써 가르치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 함께 모이는 이유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혀끝으로 사람 마음에 상처주지 않고 배려있는 행동으로 서로를 존중해주는 행복한 설 명절을 기대해본다.

/장미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