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구실 못해 시끄럽고 요란해 부끄러워"
어울려 살려면 양보하고 손해 볼 줄 알아야

수원이 생활권이고, 어린이들은 1.1㎞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에 다닌다. 등굣길은 왕복 8차로 도로가 가로막는다. 200m 거리에 수원 황곡초등학교가 있지만 다닐 수 없다. 초등학교 배치는 해당 지자체 거주자로 제한된다.
입주민들이 수원시로의 편입을 원하는 이유다. 용인시는 학군이라도 조정하자 했으나 진전이 없다. 수원시는 급할 게 없고, 용인시는 답답하다.
화성시 등 5개 지자체가 광역화장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님비(NIMBY)를 극복하자는 고육책이다. 2013년, 화성시 매송면 숙곡1리가 후보지로 결정됐다. 의기투합 3년 만이다. 화장로 13기, 장례식장 6실, 봉안시설 2만 6천440기, 자연장지 3만8천200기를 갖춘 대형 종합장사시설이다. 한숨 돌리는가 했는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수원시 호매실지구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화성시는 무연·무취·무색의 첨단시설이라 피해가 없다고 설득했다. 후보지와 호매실간 거리는 2㎞가 넘고, 칠보산이 가로막았다. 호매실 주민들은 편서풍을 타고 먼지가 넘어온다 주장했다. 팩트(Fact)는 뭉개지고, 감정만 쌓였다. 양측의 눈과 귀가 수원시로 향했다. '안된다'고 했다. 화성뿐 아니라 부천·안산·시흥 ·광명이 함께 주저앉았다.
수원은 용인·화성·의왕·안산·군포 5개 지자체와 접한다. 도 수부(首府) 도시에 인구가 가장 많다. 맏형 격이다. 그런데 형님을 바라보는 동생들 눈길이 곱지 않다. 노골적으로 불만과 불평을 하는 지경이 됐다. 용인·화성시와는 경계 조정과 군 공항 이전을 두고 다툰다. 경계조정이 어긋나면서 의왕시와도 서먹하다.
수원시는 딴청이다. 이웃 간에는 다툼과 시비가 있기 마련이라고. 양보할 생각이 없고, 손해 보는 일은 더 안된다는 태도다. 주변이 시끄럽자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다 면박만 받았다.
수원은 전에 빚진 게 있다. 1990년대 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계동 시립화장장은 골칫거리가 됐다. 외곽으로 이전을 추진했다. 수차례 진통 끝에 용인시계와 접한 하동으로 옮기게 됐다. 지금의 연화장이다. 용인시와 시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수원시 하수를 걸러내는 종말처리장의 주소는 화성시 송산동이다. 최신 기법이라도 모든 악취를 없앨 수 없다. 화성시와 시민들은 냄새나는 혐오시설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상생의 마음이다.
동네 한복판이 된 군 공항 이전은 수원시의 숙원이다. 경계선까지 개발된 마당에 굉음을 내며 전투기가 오르내리는 건 주민들의 인내 치를 넘어선다.
후보지가 된 화성시는 '죽어도 안 된다'고 결기를 다진다. 대구와 광주는 공항 이전이 저만치 나갔으나 수원만 꼼짝 못하고 있다.
광역화장장이 들어선다 했을 때 서수원 주민은 반대할 수 있다. 그런데 수원시와 염태영 시장까지 나서 힘을 보탠 건 과했다. 화성시민과 채인석 시장은 분노했다. 당위와 논리가 밀려나는 '군 공항 결사반대'의 속내는 구원(舊怨)일 것이다.
얼마 전, 수원의 정계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수원은 이웃 지자체들의 맏형 격인데, 구실을 못하니 시끄럽고 요란하다. 답답하고 부끄러운 노릇이다."
어울려 살려면 때로 양보하고 손해 볼 줄 알아야 한다. 집안 맏형이라면 어찌해야 할지 말할 필요도 없다. 형님이 너그러워야 가정이 편하고, 형제간에 어깨동무한다.
'언눔' 전우익 선생(2004 작고)은 평생을 경북 봉화에서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그가 꾸짖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