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고 공교롭다 못해 괴이하고도 오싹하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지난 10일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0대8로 참패한데 이어 12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도 똑같이 0대8로 무참히 졌다. 0대8에다가 또 0대8이라니! 귀신도 곡하다 말고 낄낄거릴 일 아닌가. 당초부터 단일팀은 언감생심 무리였다. 2030 비난도 컸다. 왜 팀워크가 강조되나. 그게 하루아침에 다져지는가. 일체감과 혼연일체라는 말도 괜히 생겼나. 큰 돈 들여 해외원정 훈련은 왜 또 하나. 팀 멤버 상호간의 신뢰감과 정신력이 다져지고 일체감으로 여물려면 숙성시간은 필수다. 그런데도 급조된 남북 단일팀이라니! 결과는 0대8, 또 0대8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2중국적의 세라 머리(Murray·30) 여 감독에게 묻고 싶다. '머리' 속 상황이 어떠냐고. 좌뇌 우뇌 모두 하얘지지 않았나.

0대8과 또 0대8에 문득 떠오르는 축구 명감독이 거스 히딩크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까지 끌어올려 영웅이 됐지만 한국 대표팀 감독 초장엔 부진했다. 그 전년 8월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대5로 패했고 그에 앞서 대구 컨페더레이션(Confederations)의 프랑스 전에서도 0대5로 깨져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지 않았던가. 아무리 명감독이라도 한국을 4강으로 끄집어 올리기 위해선 적어도 1년간의 혹독한 체력 단련과 팀워크가 필수였던 거다.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그건 맞선보는 날 바로 결혼을 해버린 꼴이다. 문재인 정권의 남북대화, 통일 열망이 조급하고도 환상적이다. 지난 9일부터 2박3일 방남한 북한 고위급 중에서도 김여정, 목과 허리가 고장 났는지 도무지 굽힐 줄을 모르고 빳빳한 그녀에 대한 환대는 지나칠 정도였고 비굴의 극치였다.

11일 삼지연악단 서울 공연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세 번이나 앙코르를 고함쳤고 남북 여가수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자 장내는 환호와 갈채로 떠나갈 듯했다. '이 나라 살리는' 게 통일이고 '이 겨레 살리는' 게 정녕 통일 맞을까. 그러기엔 남북 이국화(異國化) 이질화 별종화(別種化)가 도저히 접합수술이 불가능한 체질로 70년간이나 굳어져버렸다. 문 정권만 모르고 있다는 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