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부터 인천의 중심지로 자리잡아온 중구엔 근대 역사의 흔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지난 3월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등 주요 기관들이 밀집한 중구는 우리나라의 관문 구실을 해왔다. 인구 8만여명에 유권자 수가 5만4천여명에 이른다.
지난 6월 '관광특구'로 지정된 후 중구에선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대규모 국책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역의 대부분이 상업지역이어서 거주 인구보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최근 신흥동 일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
그러나 중구는 신생 도심권에 비해 낙후한 주거환경에다 지역경제마저 활기를 잃어 이 부문에 대한 주민들의 개발 열망이 크다.
유권자 대부분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해온데다 연령층도 중·장년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과거 여당 출신의 국회의원을 4선으로 밀어줄 만큼 강한 보수성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16대 총선 당시 당선이 유력시되던 4선의 여당 후보가 3위로 밀려나고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이는 지역 사회의 정서가 보수성에서 벗어나 실리위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한때 인천의 중심 지역으로 호황을 누리던 지역 경제가 쇠퇴하고 주거환경 시설도 열악해지면서 주민들의 개선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당'보다는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인물론'이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 정가에선 내년에 치르는 지방선거에서도 이같은 주민들의 정서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구청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도 이런 점에 역점을 두고 선거채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출마 예상자들은 지역상권활성화, 물류단지 및 문화·관광단지 조성, 관세자유지역 등 지역의 굵직한 현안에 대한 나름대로의 공약을 공통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구에선 지난 98년 6·4 지방선거 때 이세영 후보가 구청장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이후 16대총선에 출마하면서 지난해 6·8 보궐선거를 실시했다.
보궐선거 당시 중구 시의원이던 김홍섭(52·민주·현구청장)후보와 이병화(51·한나라), 조병호(자민련), 박인출(무소속), 한윤제(무소속) 후보 등 5명이 출마했다. 당시 김후보는 전체 투표자 1만8천380표 가운데 48.6%인 8천940표를 얻었으며 2위인 이후보는 5천59표(득표율 27.5%)를 얻었다.
현재 스스로 출마 의사를 밝힌 예비후보는 2명. 이밖에 2명 정도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내년 구청장 선거는 2~3명으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 예상자들이 2~3명으로 압축될 경우 자민련의 공천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인사들인데다 아직 자민련 출신의 인물이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
김홍섭 현 구청장은 지난해 6·8 보궐선거 때 이병화 후보와 큰 표차로 당선됐으며 차기에도 공천이 유력해 큰 변수가 없는 한 재도전이 확실시된다. 본인도 재출마해 월미관광특구 개발사업과 차이나타운개발, 신포동상권활성화 등 각종 사업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 구청장은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구청장에 당선된 이후에도 경영마인드를 구정에 반영하는 등 사업추진 능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영종 토박이로서 중구지역에서만 활동해 지역정서를 잘 알고 있는 강점을 살려 재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출마 의사를 밝힌 이병화씨는 지난해 보궐선거에 도전했다가 김 구청장에게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인물로, '와신상담'의 각오로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현재 인천문화발전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는 그는 2대 인천시의원을 지냈다. 이씨는 시의원 시절의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구정을 이끌어나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1세기는 문화 중심의 사회로 추구돼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이씨는 “중구는 개항의 역사를 가진 곳으로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 중에는 무소속의 김순배(57·대한서림 대표)씨와 한나라당의 박승숙(64) 시의회 부의장, 김홍복(48) 중구농협조합장, 이근식(64) 전 부구청장등 4명.
박승숙 부의장은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주위에서 권유해 출마 의사를 보일 경우 같은 당의 이병화씨와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중구에서만 부구청장을 두번이나 지낸 이근식씨는 지방선거 때마다 구청장 후보로 주목을 받아왔다.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고 지역 정서도 잘 읽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대 시의원과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여러차례 출마한 경력이 있는 김순배씨도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다. 시의원 시절 날카로운 의정활동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