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제너럴모터스(지엠)가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 시기와 방법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엠이 제출한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전에도 지엠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나 정부에 세부적인 자료 공개를 거부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양측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외부 기관을 통해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기로 지엠 측과 합의했다. 실사 범위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실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측에 고금리 대출과 납품가격,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에 대한 세부 자료를 요청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나 산업은행의 자료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한국지엠의 과거 행동을 보면 영업 비밀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해 3월 주주감사 청구권을 행사해 한국지엠에 경영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한국지엠은 요구 자료 116개 중 6개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과정이 쌍용차 및 지엠의 호주 철수 사례와 판박이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외국계 자본에 인수됐다가 경쟁력 약화로 경영난에 처하고, 결국 정부에 공을 떠넘긴 모습이 모두 닮아있는 것이다.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2008년 상하이차의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지원을 거부했고 결국 상하이차는 2009년 1월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호주지엠의 경우에도, 지엠은 호주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철수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엠이 철수할 경우 쌍용차 사태 10배 이상의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며 "지엠의 의도를 정확히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한국지엠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