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적자폭 줄이기 고민해야
추운 날씨 행사진행 고생 알지만
국민들 세금 신중히 사용 당연
더 이상 정치인들 굿 놀음에
놀아나는 바보되지 말아야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우여곡절을 겪고 유치해 온 강원도민의 숙원과제였고, 정치인들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한 판의 근사한 놀음이며, 체육인들로서는 꿈의 향연이기도 하겠지만, 잔치가 끝난 후의 뒷감당은 모두 평창시민과 강원도민, 더 나아가서는 전 국민들의 몫이 되어버린다. 평창보다 앞서 201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밴쿠버시가 10억 달러의 빚을 지게 되었고, 2014년의 소치동계올림픽도 러시아정부가 550억 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예산을 들인 초호화판 올림픽이었지만 경기 후의 시설유지를 위해서는 매년 12억 달러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규모의 국제스포츠행사는 서울올림픽이나 LA올림픽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예가 거의 없다. 물론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 같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포츠행사가 행사 자체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를 치르고 난 뒤 우리가 겪고 있는 빚잔치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축구장들의 쇠락한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해주고 있다.
도시나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계획적인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서울올림픽의 경우는 올림픽이라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고, 또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도시환경의 질적 수준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평창의 경우는 도시발전의 동력이 거의 없는 인구 4만5천명의 작은 군에 불과한 조그마한 도시다. 이런 지역에서 비록 동계올림픽이지만 참가인원이 6천900명, 자원봉사자 1만5천명에다 관람자 및 방문자 수를 합치면 불과 20여일 남짓에 수백만 명이 이 곳에 와서 머물며 경기에 참여하고 관람하며 즐기다 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천에서부터 강릉까지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신설하였고, 각종 경기장과 부대시설, 그리고 선수와 관계자들의 숙박시설을 신축하는 등 무려 14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물론 올림픽경기 이후의 대책에 대한 예상처럼 경기가 끝난 후 평창이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관광명소가 되고, 또 겨울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온다면 예상적자가 약 3천억원 정도로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조직위원회와 유치단에서 전망한 것처럼 올림픽으로 인한 경제적 부수효과가 44조원에 이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와 강원도, 그리고 체육관계자들은 평창군민들과 함께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투자된 시설을 잘 활용하여 적자폭도 줄이면서 평창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다른 개최도시들의 예를 교훈삼아 적지 않은 연구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평창이라는 도시가 가진 특수성과 지역성을 고려한 지역발전이나 생존전략은 일반적인 해법으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더구나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적자해소와 관련된 연구와 관심이 사후에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고, 또한 사람이 바뀌고 지역의 여건이 달라져버리면 올림픽 후의 적자보전을 담보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애쓴 사람들이나 행사를 치르느라 추운 날씨에 고생한 사람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그리고 세계박람회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의 유치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나라경제를 위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아껴 쓰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국민을 더 이상 정치인들의 한바탕 굿 놀음에 놀아나는 바보로 만드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 같다.
/양윤재 대우재단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