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모(35)씨는 20일 점심을 위해 수원 영통동 거리를 찾았지만 비싼 음식 가격에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국밥집도 한 그릇에 6천500원으로 지난해보다 500원 오른 곳이었다.
가게 업주는 인건비와 원재료 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국밥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지만 유씨는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요새 주변을 보면 월급 빼고는 가격이 다 오르는 것 같다"면서 "계속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음식점, 식료품 등 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점점 퍽퍽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생산비가 오르면서 완성품 가격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서 일부 프랜차이즈들도 이미 가격 인상을 했거나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커피빈코리아는 일부 커피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고 맥도널드도 버거류와 사이드 및 디저트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서민 생활에 밀접한 식료품도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달 경기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오징어는 전년 대비 34.0% 올랐고 쌀(22.0%), 딸기(15.9%) 등도 전년 동기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를 찾았던 주부 김모(32·여)씨도 "오징어와 과일 등 소비자가 많이 찾는 품목들의 가격이 올랐다"면서 "앞으로는 마트 방문 횟수를 줄여서라도 지출을 줄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달 대행 서비스 비용도 건당(1.5㎞ 내외) 3천원에서 3천500원으로 올랐다"며 "가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식자재, 배달 비용 등이 늘어 가맹점주가 본사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업체 자체적으로 가격을 고수하거나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소비자 지출(573조6천688억원)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은 78조9천44억원을 기록했다.
한은 공식통계는 아니지만 가계 소비지출 대비 식료품비 비율을 뜻하는 엥겔계수는 13.8%로 2000년(13.9%)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래픽 참조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