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천재의 설 연휴 금빛 선물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17개(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4년이라는 시간동안 동계올림픽을 위해 땀을 흘린 모든 선수가 평창대회의 주인공이다.
1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면서 평창의 추위마저 녹여버린 잊지 못할 명장면을 뽑아 봤다.
①하나 된 코리아, 11년 만의 공동입장
2월 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코리아' 깃발을 들고 공동 입장하는 장면은 우리 민족의 가슴을 울렸다.
남북한 선수단이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공동 입장한 것은 2007창춘 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이며 이는 올림픽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이 되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세계가 우려한 불안한 올림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무엇보다 확실하게 표현했다.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은 이날 개회식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으며,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②'피겨 여왕' 김연아, 평창의 불을 밝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박종아(한국), 정수현(북한)이 함께 성화를 들고 슬로프를 달릴 때, 개회식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모든 올림픽이 그랬듯 세계인의 관심이 최종 점화자로 모이는 순간이었다.
각종 추측에도 불구하고 최종 성화 점화자는 역시 김연아! 예측된 최종점화자임에도 모든 이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준 이유는 그녀의 등장이 가장 빛나는 순간의 재현이었으며, 누구나 기대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흰색 드레스를 입고 스케이트를 신은 김연아가 한없이 우아하고 부드러운 몸짓으로 성화대 앞에 설치된 얼음판 위를 누비며,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③쇼트트랙 여자 3천m 계주, 넘어졌는데도 '올림픽 신기록'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 팀이 눈으로 보고도 못 믿을 명장면을 그려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천m 계주에서 한국 대표팀이 넘어지는 실수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미끄러지는 실수를 만회하기 힘든 쇼트트랙의 특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 팀은 자신들의 능력을 여과 없이 증명했다 .
치명적인 실수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하는 이변을 연출해 올림픽 기간에 한국 쇼트트랙이 거둘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④스켈레톤 천재, 윤성빈 금빛 질주
설날인 16일 윤성빈의 금메달 소식에 전 국민은 환호성을 질렀다. 윤성빈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썰매종목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압도적인 기록이었다. 1차부터 4차 시기까지 주행 기록을 합해 0.01초로 승부를 가르는 스켈레톤에서 2위에 무려 1.63초나 앞섰기 때문이다.
4차시기 주행을 마치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뻗으며 우승을 예감한 윤성빈은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이진희 코치와 뜨겁게 껴안았다.
스타트 장소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조인호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웃음 지었다. 금메달이 확정되고 온 국민을 향해 금빛 세배하는 세리머니는 설 연휴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⑤아름다운 라이벌, 이상화 vs 고다이라
지난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를 마친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는 한동안 트랙을 떠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에 더욱 큰 부담감을 짊어졌던 그녀였기에 더욱 만감이 교차했을 터다. 그녀의 곁에는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 나오(일본)가 있었다.
올림픽 레이스를 끝내고 복잡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트랙을 돌던 이상화의 등을 고다이라는 차분하게 다독였다.
둘 사이에 승패도, 국적도 없었다. 서로를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두 빙속 여제의 아름다운 우정이야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