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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군산의 봄은 맛깔났다.

'전국 5대 짬뽕'이라는 중식 집에는 아침부터 긴 줄이 섰다. 홍합과 바지락, 꼬막이 가득한 짬뽕 그릇을 다 비웠다. 불 향 은은한 국물이 배어든 면은 입안에 착 감겼다. 오전 10시를 지나자 대기 손님이 30명 넘었다. 모 방송국 3대 천왕에 나왔다는 한(韓)식당도 다르지 않다. 달고 시원한 소고기뭇국이 국보급인데, 육회비빔밥에도 자꾸 숟가락이 갔다. 알알이 씹히는 하얀 고두밥이 육회, 나물, 고추장과 어우러져 천상의 맛을 냈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를 자동차로 오갔다. 새만금 지나 연륙교 너머 빼어난 경관이 별천지다.

관광객들은 군산의 봄을 맛보고 즐겼으나 시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시내 거리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 폐쇄를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도배됐다.

군산시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이 멈추면서 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말 인구는 27만4천997명으로 전년보다 2천554명 줄었다. 올 들어서도 2월 10일 현재 439명이 또 줄었다. 지역은 5월 말 GM이 폐쇄될 경우 감소 추세가 더 급격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GM의 철수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GM은 스웨덴과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먹튀'란 오명을 남겼다. 우리 정부에도 '지원 대책이 뭐냐'고 윽박지르듯 하고 있다. 적반하장격이다.

인천 부평GM공장에도 먹구름이 짙다. 1만5천여명 직원은 2001년 '부평사태'가 재현될까 걱정이다. 당시 GM은 대우자동차 인수과정에서 1천750여명 부평공장 근로자들을 대량해고했다. 부평공장 협력업체는 1천여개, 이들까지 포함한 전체 고용인력은 3만여 명에 이른다. 인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나 된다.

인천시가 26일 범시민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서로가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지역 역량을 결집하자"고 했을 뿐 타개책은 없었다. 정부도 우왕좌왕 행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