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801002077700103281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4년 한국인이 700여년 후 멸종위기를 맞는다는 수학적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담긴 한국인 멸종 시나리오는 이랬다. 당시의 합계출산율 1.19명을 유지할 경우 부산은 2413년, 서울은 2505년 마지막 아기의 탄생을 끝으로 신생아의 고고성이 사라지며, 2750년 한국인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국가'로 지목한 때가 2006년이다. 모두 저출산의 저주에 걸린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경종이었다.

현재의 위기엔 민감하지만 미래의 위기엔 둔감한 법. 한국인 멸종 경고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도 예외는 아니다. 7세기 후의 멸종을 체감하기 힘드니 후손들이 감당해야 할 비극을 농반진반 술자리 안줏거리 화제 정도로 소비했다. 그러는 사이 경종의 음량은 깊고 묵직해졌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가 심각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 2.1명의 딱 절반이자, 2016년 1.17명 보다 10.3% 급감한 수치다. 2750년 멸종의 전제였던 1.19명보다는 11.8%가 떨어진 셈이니, 한국인 멸종 시한도 훨씬 앞당겨 수정돼야 할 지경이다.

따지고 보면 먼 장래의 위기도 아니다. 현재의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 인구정점 시기도 2031년에서 2027년으로 당겨진다니 10년 안에 저출산의 저주가 현실로 닥쳐올 수 있다. 노령인구는 급증하고 일할 청년은 사라지면서 경제는 활력을 잃을 것이다. 좌·우파 정부가 경쟁적으로 약속했던 현재의 복지혜택은 한 세대를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한민족 멸종이야 먼 미래의 비극일지라도, 비극의 정점을 향할 때까지 겪어야 할 고초와 불행은 우리 세대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몇백년 후 한민족이 멸종위기보호종으로 쇠락해 국제사회의 보호, 관찰 대상이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만하면 전국 주요도시에 한국인 멸종시점을 자정으로 맞춘 운명의 시계탑을 세워, 초저출산 민족의 디스토피아를 날마다 되새겨도 과하지 않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