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불구 주민 이기심 스스로 해결 판단 맡겨
무단 투기자들도 흔들림 없는 市 정책에 동참
하지만 오랜 기간 관행처럼 지속돼 온 무단투기를 근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단속한 뒤 며칠 지나면 다시 쓰레기가 쌓이고, 단속과 재투기가 끝없이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주민과의 마찰, 행정력의 낭비뿐 아니라 실제로 악취와 미관 저해 등 주거 환경 악화로 주민 스스로 느끼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침내 강력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산시는 2016년 10월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을 선포했다.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에 대해 전면적인 수거 중단을 선언했다. 왜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인가?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한편으론 주민들의 입장에서 쓰레기를 잘 관리하고 적절히 처리해 쓰레기를 쓰레기로 잘 대우하자는 의미에서 '사랑'인 것이다.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은 참으로 부담이 컸고 과정도 험난했다. 수거 중단으로 거리 곳곳에 무단 투기 된 쓰레기가 더미를 이루고 주민 생활환경이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쓰레기에 대한 오산시 원칙은 '문전배출 문전수거'다. 내 집 내 상가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내 집 앞 내 상가 앞에 규격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미수거에 항의하는 민원이 쏟아졌다. 언론사 등에서 오산시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주민 생활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시청 직원들도 밤낮으로 민원에 시달리는 등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굽히지 않았다. 주민 스스로의 이기심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민원은 주민 스스로가 해결하자는 판단에서다. 오산시는 지난해 20명의 단속요원을 집중 투입해 591건의 불법 투기를 적발해 9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경미한 투기 계도 건수가 3천875건에 이르는 등 고통스럽게 시민행정을 펼쳤다. 꿋꿋하고 끈질기게 버텨내면서 '전쟁'이 대치 끝에 전세가 역전되고 '사랑'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민센터 통장단을 비롯한 121개 사회단체가 나서서 67회에 걸쳐 2천550명이 직접 쓰레기 정화활동에 참여해 주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시민들이 직접 시청으로 전화해 "다시 무단 투기 된 쓰레기를 수거해 가면 지금까지처럼 무단 투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며 수거 중단을 계속하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무단 투기자들도 오산시 정책이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임을 깨닫자 행동 패턴이 달라졌다. 취약지역의 건물주, 원룸 부동산관리인, 건물청소업체들도 건물 앞에 쌓인 쓰레기를 해체하고 종량제 규격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그 결과 최근 들어서는 90% 이상 건물에서 종량제 규격봉투를 사용하게 됐다. 지난해 종량제 봉투 판매금액을 보면 2016년보다 35%나 늘어난 8억3천600만원에 이르고, 무단투기 장소 212개소 중 180여개소가 완전 정리됐다. 30여개소가 남았는데 이 지역도 면밀히 감시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제 쓰레기와의 전쟁은 '승전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민의 선진의식이 그 지역을 청결한 동네로 만들어 낸다. 높은 시민의식으로 쓰레기 무단투기 제로화에 동참해 주신 시민 여러분과 밤낮없이 전쟁을 치른 우리 오산시 직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오산시는 깨끗한 거리, 냄새와 소음을 없애는 '3ZERO화 운동'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불정제(馬不停蹄·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곽상욱 오산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