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지난 4월 포천군 영북면 운천리 라인다방. 30평 남짓한 시골다방에 아침부터 마을 주민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김재경(20)·재욱(18)군 형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파킨슨씨병으로 추측되는 질병을 앓고 있는 재경이는 4년전부터 근육마비와 기형화로 거동조차 할 수 없고 재욱이도 수년간 복통끝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이같은 투병사실이 알려지자 부녀자들의 모임인 적십자 영북봉사회와 주민들은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영북면일대를 돌아다니며 안내방송을 하는 등 티켓판매에 들어가 2천600여만원을 조성, 회원 스스로 놀랐다.
지난해 전격성간염을 앓고 있는 은아(8)양을 돕기위한 모금행사에서도 1천500여만원이나 모금, 영북면 주민들의 이웃사랑이 돈독함에 타 읍·면이 부러워하고 있다.
은아와 재욱이는 병세가 호전됐고 재경이도 꾸준한 치료를 통해 희망을 심고 있다. 이처럼 작은 시골읍내 사람들의 헌신적인 모습 뒤에는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주민들과 함께 해온 영북봉사회가 있었다.
지난 90년초 이곳으로 이사온 김효향(42)회장이 이웃사랑에 관심이 있는 이웃들과 함께 가평 꽃동네와 독거노인들을 방문, 작은 사랑을 실천해 오던중 93년 주변의 권유로 대한 적십자 봉사회원이라는 틀을 갖추게 됐다.
처음엔 매월 꽃동네를 찾아가 장만한 음식을 제공하며 위로하던 이들은 멀지않은 곳에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음을 알게되면서 독거노인과 재가(在家)장애인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창수면 운산리 첩첩산중 쓰러질 듯한 집에 기거하던 장할아버지와 최할머니도 영북봉사회와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 뇌졸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척추장애를 안고 사는 할머니를 접한 김회장일행은 준비한 이발기구로 머리를 깎고 목욕·빨래·청소를 한 다음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았다.
단출하나마 정성으로 마련된 음식을 보고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이렇게 따뜻한 밥상을 받아볼 생각이나 해봤겠느냐”며 눈물반 미소반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김동분(47)회원은 “봉사활동을 한다기 보다는 배우는 것이 더 많아 봉사회 유니폼을 입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딸 양혜란(23)양은 “농사짓고 식당도 하며 시간을 내 이웃을 찾아다니는 우리엄마가 최고”라고 자랑했다.
운천3리 박연숙(50)부녀회장은 “저녁이면 마을사람들이 돗자리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노래부르며 살아가는 정깊은 우리동네”라며 “3자녀를 키우며 IMF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남편을 돕기에 벅찬데도 봉사활동을 하기위해 손수 돈벌이를 하며 애쓰는 김회장이 있어 우리동네가 더욱 따뜻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