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화가들의 풍경·영상기술 활용한 드론 항공사진 콜라주 '과거와 현재 공존'… 연말까지 전시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다.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과거를 상상하고 현재를 고민한다. 실학박물관이 새봄을 맞아 마련한 영상전시 '상심낙사(마음으로 즐기는 아름다운 경치)'도 이와 맥락이 비슷하다.
박물관이 위치한 두물머리를 소재로 과거와 현재의 시각을 모두 담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조선후기 대표화가들이 그린 두물머리 풍경과 현재의 영상기술을 활용한 항공사진을 콜라주한 미디어 작품을 만들어냈다.
두물머리는 예나 지금이나 장소가 가지는 상징성이 높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지점에 위치했다는 공간의 독특함과 더불어 조선 후기 실학사상이 꽃피웠던 장소로 학문적 의미도 갖는다.
그 공간적 특성을 배경으로, 박물관과 국민대 미디어영상학부가 협력해 두물머리를 영상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당시 조선 후기 화가들의 시점을 그대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 화가들이 직접 보고 그렸을 법한 위치를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추정하고, 드론을 이용해 항공사진을 촬영했다.
작품 속에서 화폭의 풍경과 현대의 사진이 절묘하게 이어졌다 다시 흩어진다. 흩어지는 사이에는 다산 정약용의 시문이 풍경의 일부인양 유려하게 펼쳐진다.
유배 시절 고향인 마재를 그리워했던 정약용은 두물머리의 풍경을 가슴 속에 떠올리며 '진실로 마음 속 생각이 절실하다면, 몸소 그곳에 간 것과 다를바 없다'는 시를 적었다. 콜라주 영상작품 외에도 화가들의 실제 작품과 동일한 현재의 풍경을 찍은 사진을 전시장에 걸었다.
특히 정선이 60대 중반, 화가로 절정에 달했을 때 그린 '경교명승첩'은 총 33장의 그림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번 전시에는 두물머리 일대를 그린 '녹운탄' '독백탄' '우천' '석실서원' '삼주삼산각' 등 5점이 항공사진과 함께 전시됐다.
1796년부터 1797년까지 한강과 임진강을 배로 유람하며 그렸다는 정수영의 '한·임강명승도권'도 길이가 1.5m나 되는 두루마리 작품인데, 이중 '우천망한양' '우천' '수청탄' '소청탄' 등 4점이 공개됐다.
조선후기 문신이자 서화가였던 이건필이 그린 '두강승유도' 역시 한 폭의 길이가 8m인 두루마리 작품으로, 특히 그의 화폭에 담긴 풍경은 현재 실학박물관이 위치한 인근으로 추정돼 전시를 관람한 후 관객이 직접 밖으로 나가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는 남양주에 소재한 실학박물관에서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