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장비 부족으로 40분짜리 단조롭지만
인천지역 영상콘텐츠 제작 새로운 모델 제시

그들의 고민은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글로벌 캠페인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생산자와 노동자들이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이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는 인천공정무역단체협의회가 바로 그 접점에 있었다. 협의회는 4년 전 치앙라이 현지의 생산자모임인 요크커피협동조합을 방문해 생산계약을 맺었다. 다큐멘터리는 협의회 관계자들이 파히, 팡콘, 리체 등 현지 마을들을 방문해 경작지와 도정시설을 둘러보고 재배농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인천은 우리나라 제1호 '공정무역도시'다. 국제공정무역도시를 인증하는 비영리 국제단체인 국제공정무역마을위원회(Fair Trade Towns International)로부터 지난해 11월 '공식인증(officially recognized)'을 받았다. 위원회가 인증한 아시아지역 도시는 2월말 현재 9개뿐이다. 일본은 구마모토를 비롯한 4개 도시가 등재돼 있고, 타이완에선 타이베이가 유일하다. 이러한 공정무역의 필요성과 공정무역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의 노력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늘 갑갑해하던 김정렬 협의회 상임이사가 지난 2015년 연말 무렵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아왔다. 좀 도와달라고 했다.
제작비는 많진 않지만 인천시가 협의회에 지원하는 공적 자금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적임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잘 몰라서 그렇지 인천지역에는 영상전문역량이 넉넉하다. 인천독립영화협회 여백 감독이 흔쾌히 참여를 수락했다. 촬영장비와 편집시설은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지원하기로 했다. 완성된 콘텐츠를 '태울' 플랫폼은 제작 마무리단계에서 찾기로 했다. 이듬해 1월 치앙라이의 커피 수확철을 맞아 첫 촬영이 시작됐다. 편집이 다 끝난 시점이 그해 겨울이었으니 제작에 꼬박 일 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적절한 플랫폼을 찾는데 다시 반 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됐다. 첫 시도라서 경험치가 부족했다.
'커피 한 잔의 윤리' 러닝타임은 다큐멘터리치곤 좀 짧다싶은 40분이다. 요즘 영상물에서 빠지면 섭섭한 드론 촬영분도 없다. 카메라의 시각도 단조롭다. 제작비와 활용 가능한 장비, 그리고 제작인원이 태부족이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멘터리는 지역 영상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대개의 영상물에서 부정적 이미지의 프레임에 굳게 갇혀있던 인천이 이 다큐멘터리에선 글로벌 도시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감독의 시선이 지향하는 도시의 비전은 높고 긍정적이다.
또한 재원의 합리적 배분, 잠재역량의 발굴과 지원, 하드웨어의 구축과 활용, 최적의 플랫폼 확보 등 일련의 작업들이 합당한 주체에 의해 체계적으로 수행된다면 인천 영상문화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확장된다. 'KBS인천총국 유치'나 'OBS 인천복귀'와는 다른 얘기다. 인천은 지금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영상콘텐츠정책을 필요로 한다. 다큐멘터리 '커피 한 잔의 윤리'가 그 단서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