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601000400100018111

올 초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로 25명 넘게 숨졌다. 4만2천명이 시위에 참여해 2009년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실업과 물가 폭등과 같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규탄하며 시작됐으나 최고 지도자와 기득권을 쥔 종교세력, 신정 일치 체제에 반대하는 주장으로 번졌다. 제2의 '아랍의 봄'이란 전망이었지만 기세가 한풀 꺾였다.

시위에서 주목받은 건 여성들이다. 하얀색 히잡을 벗어 장대에 매달아 흔드는 여성의 SNS 영상은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비다 모하베드라는 31세 여성은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이란 현행법에 맞서 시위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를 따라 히잡을 벗은 시위 여성이 늘고 있다.

히잡은 이슬람권 여성들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대변한다. 남성들의 성욕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얼굴을 가리도록 했다. 여성의 자존감과 인격체로서의 주체 의식은 안중에도 없다.

히잡을 벗자는 움직임은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웃한 중동 국가로 번지고 있다. 중동은 이제 민주화와 여성인권 신장이란 2개의 혁명 축이 가동되는 양상이다.

8일은 국제(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위한 기념일이다. 1904년 3월 8일 뉴욕에서 열린 사회주의 여성 동맹의 여성 참정권 요구가 시작이었다.

마침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폭로는 충격을 넘어선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비서는 "(안 지사가) 미투 얘기하며 미안하다 말하면서 그날 또 그랬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직원들에게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인권 실현의 마지막 과제로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지사직을 전격 사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출당·제명하기로 했다. 정치판과 차기 대선 구도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사건이다.

예년 같으면 덤덤했을 여성의 날이 올해는 별나게 다가온다. 화성을 탐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세상인데도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는 여전하다. 히잡을 벗어 던지고, 미투할 일이 없는 세상은 가능한 것인가.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