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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6일 안 지사가 출근하지 않은 도지실과 비서실 문이 닫겨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터져 나오며 6일 정치권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였다.

유력한 차기 잠룡으로 꼽히던 인사가 하루아침에 최악의 성추문에 휘말리며 말 그대로 핵폭탄급 초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절차를 밟으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사태 수습에는 역부족이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좌파 진영의 총체적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안 전 지사를 비롯해 보좌진 성추행 사건 등 '미투(Me too)' 바람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옮겨 부는 만큼 정치권 안팎에선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숨을 죽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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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새벽 도지사직 사퇴와 정치활동을 그만둔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안 지사는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썼다. /연합뉴스=안희정 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추가 폭로가 잇달며 '미투'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정국이 송두리째 흔들리며 지방선거 중대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민주당은 이날은 오전에 잡힌 공식 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원내 지도부만 모여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함으로써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안 전 지사가 성폭행으로 형사처벌에 직면한 사건 자체에 말문이 막힌 분위기이다.

한 관계자는 "극강의 사태 앞에서 정신이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충격을 그대로 토로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날 오전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별도의 성폭력범죄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이번 사태를 포함해 국회 전반의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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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가 5일 오전 도청 문예회관에서 직원과의 대화 중 성범죄 피해자의 '미투'(# Me too)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날 오후 안 지사의 공보비서 김지은(왼쪽)씨가 JTBC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JTBC뉴스룸 캡쳐, 충남도 제공
오후에는 윤리심판원을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진보 진영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벌써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 도덕성에 심대한 치명상을 입었고,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진보 진영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이라며 "야당도 이번 기회를 잡아 지방선거에서 반전 분위기를 마련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의원은 "벌써부터 거론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며 "그 동안 진보 진영이 가져왔던 이중성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가 정말 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혀를 찼다.

자유한국당은 공격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미투를 이야기하면서 또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안 전 지사를 맹비난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겉과 속이 다른 좌파 진영의 이중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민주당의 성 문제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며 "자신들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자신들이 빠져있는 집단적 도덕적 해이의 민낯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좌파 진영 전반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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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미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비하 표현으로 문제가 된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거취까지 도마에 올리며 현 정권의 도덕성을 싸잡아 비판하기까지 했다.

홍지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미투 인사'가 왜 이렇게 많은가"라며 "지금 여권엔 미투 당사자와 부역자가 판을 친다. 탁현민 행정관을 보고, 문 정권을 지지한 진보 인사들을 보라"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자기만 고결한 듯, 도덕을 휘두른 진보의 이중성에 소름이 돋는다. 안희정을 차기 최고의 지도자로 꼽은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을 더욱 치열하게 따질 것이고, 탁 행정관이 왜 그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따질 것"이라고도 했다.

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충남지사 후보를 아예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 미투 추가 폭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태를 주시하는 기류도 읽힌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겁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장은 여당에 대한 총공세를 멈출 수 없고, 진보진영의 이중성이 우리보다 더 큰 문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른미래당도 탁 행정관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반성하고 사퇴한다고 해서 자신이 재임 중 저질렀던 범죄 행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가 지금도 탁 행정관을 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신호이고, 문 대통령이 빨리 사퇴시키는 게 국민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