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차기 잠룡으로 꼽히던 인사가 하루아침에 최악의 성추문에 휘말리며 말 그대로 핵폭탄급 초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절차를 밟으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사태 수습에는 역부족이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좌파 진영의 총체적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안 전 지사를 비롯해 보좌진 성추행 사건 등 '미투(Me too)' 바람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옮겨 부는 만큼 정치권 안팎에선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숨을 죽이는 분위기다.
전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안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민주당은 이날은 오전에 잡힌 공식 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원내 지도부만 모여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함으로써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안 전 지사가 성폭행으로 형사처벌에 직면한 사건 자체에 말문이 막힌 분위기이다.
한 관계자는 "극강의 사태 앞에서 정신이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충격을 그대로 토로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날 오전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별도의 성폭력범죄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이번 사태를 포함해 국회 전반의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는 진보 진영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벌써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 도덕성에 심대한 치명상을 입었고,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진보 진영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이라며 "야당도 이번 기회를 잡아 지방선거에서 반전 분위기를 마련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의원은 "벌써부터 거론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며 "그 동안 진보 진영이 가져왔던 이중성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가 정말 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혀를 찼다.
자유한국당은 공격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미투를 이야기하면서 또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안 전 지사를 맹비난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겉과 속이 다른 좌파 진영의 이중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민주당의 성 문제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며 "자신들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자신들이 빠져있는 집단적 도덕적 해이의 민낯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좌파 진영 전반으로 전선을 확대했다.
홍지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미투 인사'가 왜 이렇게 많은가"라며 "지금 여권엔 미투 당사자와 부역자가 판을 친다. 탁현민 행정관을 보고, 문 정권을 지지한 진보 인사들을 보라"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자기만 고결한 듯, 도덕을 휘두른 진보의 이중성에 소름이 돋는다. 안희정을 차기 최고의 지도자로 꼽은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을 더욱 치열하게 따질 것이고, 탁 행정관이 왜 그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따질 것"이라고도 했다.
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충남지사 후보를 아예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 미투 추가 폭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태를 주시하는 기류도 읽힌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겁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장은 여당에 대한 총공세를 멈출 수 없고, 진보진영의 이중성이 우리보다 더 큰 문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른미래당도 탁 행정관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반성하고 사퇴한다고 해서 자신이 재임 중 저질렀던 범죄 행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가 지금도 탁 행정관을 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신호이고, 문 대통령이 빨리 사퇴시키는 게 국민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