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601000416900018822.jpg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의 불이 꺼져 있다. 앞서 원내대표 회의실에서는 원내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회의가 갑작스레 취소됐다. /연합뉴스

정치권을 강타한 '안희정 사태'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터진 '초대형 악재'에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였고, 이후 추가로 터져 나올 후폭풍을 우려하며 정치권 전반이 긴장감 속에 빠져들었다. 

'비서 성폭행 의혹 사태'의 당사자인 안희정은 6일 지사직을 내놓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분노한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규탄과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과 파급력을 감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5일 밤 JTBC 보도를 통해 안희정 지사가 김지은 공보비서를 수차례 성폭행 및 성희롱 했다는 폭로가 나간 후 더불어민주당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전날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를 개최해 안희정 지사에 대한 출당·제명 조치를 결정한 지도부는 6일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당 공식 회의를 취소하는 등 사실상 대외활동마저 중단한 상태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원내대책회의를 취소하고 비공개 간담회 등을 통해 사태 수습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민주당은 당내에서 친노(친노무현) 핵심 인사로 꼽히면서 대중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안 전 지사가 일시에 '성폭행 가해자'로 전락하면서 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 해 진데 대해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안 전 지사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등이 같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항상 도덕적으로는 우위에 있다고 자부해 왔던 진보진영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주최로 긴급 회의를 연 후, TF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을 통해 안 전 지사에 대해 관련 법에 따른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수준의 대응에 그쳤다.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6시에는 윤리심판원을 열어 안 지사에 대한 제명·출당 등 처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2018030601000416900018823.jpg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이 6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은 민주당과 안 전 지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전날 밤 JTBC 보도 직후 안 전 지사에 대해 "참 나쁜 사람이다. 최대한 빨리 모든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국민께 사죄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난하고 나선데 이어, 6일에도 "좌파세력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극치"라고 비난의 포문을 이어갔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과 좌파진영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좌파진영이 집단 최면에 빠져 얼마나 부도덕한 성도착증세를 가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도 안 전 지사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더불어 여권의 사과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안 전 지사는 정치활동 중단 선언에 그치면 안 된다. 검찰에 스스로 출두해 수사받아야 한다"고 촉구했고, 하태경 최고위원은 "안 전 지사는 현재의 권력을 구성하는 친노세력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에 권력에서 자유로운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박주선 공동대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정권이 도덕적, 윤리적, 개혁적이라는 이야기는 거짓이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민주당과 집권세력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 속에서도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와 3개월 후 있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미 투 운동'이 또다시 어떤 폭로로 이어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안 전 지사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 글을 통해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는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지사직 사퇴와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안 지사는 이어 이날 비서실 직원을 통해 충남도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충남도는 곧바로 사표를 수리하고 남궁영 행정부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충남도의회도 이날 오전 도 인재육성과로부터 받은 안 지사 사임통지서를 바로 결재했다.

2018030601000416900018821.jpg
충청남도 공보비서 6급 여직원이 안희정 도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다음 날인 6일 오전, 분노한 한 시민이 야구 방망이로 도지사 관사 유리창을 깨트려 놓았다. /연합뉴스

하지만 안 전 지사의 사과와 사퇴 및 정치활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이날 지역 정치권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규탄성명이 줄을 이었다.

바른미래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SNS에 사과문만 남기고 사퇴한 것은 또 다른 피해자의 추가 폭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전여민회와 충남풀뿌리여성연대 등 대전·충남지역 여성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임시방편의 정치 활동 중단 선언으로 성범죄 구속 사유를 물타기 해서는 안된다"며 "성폭력 범죄자 안희정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법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청남도 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희정 도지사의 즉각 사퇴와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경찰청 관계자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충남지방경찰청이 인지 수사하기로 했다"며 "일단 내사를 진행한 뒤 기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는 충남지방경찰청 2부장(경무관)이 직접 관여하는 체제로 진행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김지은 공보비서의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될 경우 검찰과 협의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