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YONHAP NO-1763>
불 꺼진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의 불이 꺼져 있다. 앞서 원내대표 회의실에서는 원내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회의가 갑작스레 취소됐다. /연합뉴스

■'멘붕 상태' 민주당

안 前지사 '제명·출당' 신속 처리
추미애 "큰충격 국민께 거듭 사죄"
당내부서 추가 폭로 나올지 촉각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에 따른 후폭풍이 6일 여의도 정치권을 휩쓸었다.

'핵폭탄급 충격'을 떠안은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제명 및 출당 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은 "좌파세력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전날 긴급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큰 충격을 받으신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어 "(두 딸이) 세상이 무섭고 끔찍하다는데 엄마로서도 공당의 대표로서도 할 말이 없었다"며 "당 대표로서 엄마 된 심정으로 단단한 각오를 하고 그릇된 성문화를 바꿔 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 지도부가 멘붕 상태다. 할 말이 없어 공개회의조차 못 열고 있다"며 "사태 수습이 어떻게 진행될지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미투(Me too)' 운동 확산을 사실상 주도해 온 만큼 맞닥뜨린 충격이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당 내부에서는 추가 폭로라도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도 비친다.

자유한국당 '#me too #with you' 캠페인<YONHAP NO-3102>
불 지핀 자유한국당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 '여성과 자유한국당이 만드는 세상'에서 홍준표 대표 등 참석자들이 성폭력 희생자들의 폭로와 법적 대응 등을 지지하는 '#me too #with you' 캠페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포화' 한국당

"겉과 속 다른 좌파 이중적 모습"
"차기 대권주자로 꼽은 사람들
석고대죄… 당차원서 책임져야"


자유한국당은 여당의 '이중성'과 '도덕적 해이'를 앞세워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장제원 대변인은 "겉과 속이 다른 좌파 진영의 이중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민주당의 성 문제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했고, 홍지만 대변인은 "안희정을 차기 최고의 지도자로 꼽은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논평을 냈다.

김영섭 상근부대변인도 "안 전 지사의 제명과 당직 박탈은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며 "이는 당 차원에서 책임질 일"이라고 성토했다.

■'불씨 번진' 국회

비서관 폭로로 보좌관 '면직 처분'
보좌진 SNS '여의도 옆 대나무숲'
'성폭력 호소' 익명의 글 쏟아져

이런 가운데 '미투' 운동의 불씨가 번진 국회는 익명의 성추행 증언이 잇따라 터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전날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비서관 A씨의 폭로는 결국 가해자로 지목된 보좌관의 '면직 처분'이라는 첫 사례를 남기게 됐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저희 의원실의) 보좌관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며 "19대 국회 때 민주당 의원실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현재 저희 의원실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오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공유하는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성폭력을 호소하는 익명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작성자는 "몇년 전 모 비서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 직후 즉시 집 근처 해바라기센터에 달려가 몸 상태를 체크하고 당시 기록을 남겨두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신고할 수 있었지만, 그 비서관의 회관 내 인맥이나 영향력이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회관 내의 성추행과 성희롱에 대해 쉬쉬해 왔던 것을 잘 안다. 지금이라도 추악한 악의 근원을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보좌관은 "그동안 묵혀 터질 일이 이제와 터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어떤 폭로가 어떻게 튀어나올지 몰라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이며, 새롭게 나올 폭로 글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