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39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산불은 봄철(3월~4월)에 59% 이상 집중된다. 화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차가운 음식을 먹는 한식(寒食) 절기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인지 모를 일이다. 봄철에 산불 피해가 큰 것은 건조하고 강한 바람 때문이다.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때 진화에 동원되었던 산림 공무원은 "마치 미사일처럼 200m~300m씩 날아가는 불꽃들은 차량보다 더 빨리 지나갔고. 평상시 같으면 1주일 걸려야 번질 거리가 2시간도 채 안 걸렸다"고 했다. 봄철 산불의 무서움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소회다.
산불이 봄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강수량 때문이다. 통상 3∼4월에는 강수량이 적다. 건조한 날씨로 나무의 수분량이 적은 것도 산불을 키운다. 침엽수 송진도 오랜 시간 불을 지속한다. 바람의 세기도 영향을 미친다. 통상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초속 15m 이상 부는 날이 봄철에 가장 많다.
고온현상도 산불을 번지게 한다. 봄철에 동해안 지역에 대형산불이 많은 것은 태백산맥을 넘어간 바람이 건조해지면서 기온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마른 낙엽과 등산객도 산불을 키우는 요인이다. 입산자 실화가 산불 원인의 42%를 차지한다.
산불로 인해 생태학적 손실이 발생한다. 탈산림화와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다.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는 측면도 있다. 토양의 영양물질이 쉽게 소실돼 산림복원이 쉽지 않다. 재와 연기는 산성비와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도 초래된다.
경제적인 손실도 크다. 목재와 가축 그리고 임산물 등의 소득 손실도 엄청나다. 아울러 산불이 발생하면 관광객이 감소하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연무농도에 의해 피부 및 호흡기 계통에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최근 피해가 큰 산불로는 2000년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 꼽힌다. 고성에서 발화한 산불은 무려 191시간 동안 유지되면서 2만3천794ha를 태웠고 피해액은 1천억원에 달했다. 1996년에 있었던 고성산불도 피해면적 3천762ha에 피해액 227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양양 낙산사를 불태운 산불 당시엔 973ha가 소실됐고 39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예방을 위해 전 국민이 동참해야 한다. 산에 오를 때엔 누구나 인화성 물질 휴대를 금해야 한다. 아울러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를 금지해 화재 원인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화재로부터 산림 녹지와 재산을 보존할 수 있다.
/허양욱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